[단독]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시행 코앞인데⋯설치 업체 5곳뿐

'조건부 면허' 25일 첫 시행…연간 8천명 부착 대상
시행 보름 앞두고 장치 인증…정기점검 시설은 전국 5곳뿐
대상자 가장 많은 경기도엔 설치 예정 시설 없어…지역별 접근성 우려
전문가 "시행 이후 제도 보완·운영 실태 점검 필요"


상습 음주운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음주운전 방지(시동잠금) 장치 제도가 오는 25일 시행되지만, 장치 인증은 시행을 보름여 앞두고서야 마무리됐고 설치·점검 시설도 전국 5개 권역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연간 약 8천 명이 제도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상자가 가장 많은 경기도에는 설치 예정 시설조차 없어 제도 시행 초기부터 현장 혼선과 접근성 문제가 우려된다.

시행 보름 앞두고 끝난 인증…설치·점검 시설 전국 5곳뿐

상습 음주운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시동잠금장치 부착 대상자가 오는 25일부터 처음 발생한다. 2024년 10월 25일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이후 최소 결격기간인 2년이 지나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장치 인증은 제도 시행을 17일 앞두고서야 마무리됐고, 설치·점검 시설은 전국 5개 권역에만 마련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도로교통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업체 4곳이 각각 제품 1개씩 인증 심사를 마쳤다. 업체 인증 절차는 지난 8일 마무리됐다.

공단은 지난 4월부터 민간 업체의 인증 심사를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인증은 끝났지만 이후 행정 절차는 일부 남은 상태다.

당초 계획보다 늦은 일정이다. 공단은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인증을 끝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 방지장치의 경찰 규격서가 올해 2월에야 나왔고, 민간 업체와 세부 사항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준비가 예상보다 길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설치 시설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공단은 자사가 운영하는 등록검사소 5곳 인근에 각각 한 곳 이상의 대리점을 지정하기 위해 업체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의가 끝나면 서울 강서와 부산, 충남 예산, 강원 원주, 전남 나주 등 5개 권역에 대리점이 들어선다. 장치 정기점검과 교정이 가능한 시설도 이 등록검사소 5곳뿐이다.

5년 내 2회 이상 적발 시 부착…위반하면 징역·벌금형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는 운전자가 시동을 걸기 전 숨을 불어넣으면 알코올 농도를 측정해 기준치를 넘을 경우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운전자를 바꿔치기하거나 다른 사람이 대신 숨을 불어넣는 것을 막기 위해 카메라로 얼굴을 확인하는 절차도 거친다.

5년 안에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이상 적발돼 면허가 취소된 사람은 결격기간이 끝나더라도 시동잠금장치를 부착하고 조건부 운전면허를 받아야 운전할 수 있다. 장치 부착 기간은 면허 결격기간과 같다.

조건부 면허를 받고도 장치 없는 차를 운전하거나, 장치를 떼어내거나 조작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다른 사람이 대신 숨을 불어넣도록 해 시동을 걸어준 사람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음주운전 재범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10만5875명 가운데 4만6556명이 과거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적이 있었다. 전체의 44%로 재범률이 최근 5년간 40%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음주운전 사고가 지난해 1만351건으로 전년보다 6.2% 줄고 사망자도 121명으로 12.3%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정부가 상습 음주운전자를 겨냥해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한 이유다.

연간 8천명 신청 예상…대상자 최다 경기도엔 설치 예정 시설 없어

AI 생성 이미지

CBS노컷뉴스가 정일영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간 조건부 면허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59명이다. 11월에는 281명, 12월에는 469명으로 늘어난다. 내년에는 월 580~720명대로, 자료를 합산하면 한 해 7971명이 장치를 달게 된다.

그러나 정작 대상자가 많은 지역에는 설치 시설이 없다. 부착자는 장치 설치와 탈거, 장치검사 4회 등 2년간 최소 여섯 번 시설을 찾아야 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년 안에 음주운전을 두 차례 이상 해 면허가 취소된 사람은 전국 4805명이다. 이들은 결격기간이 끝나면 조건부 면허 대상이 된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388명으로 28.9%를 차지해 가장 많았지만, 경기도에는 설치 예정 시설이 없다. 대상자가 114명인 제주는 섬이어서 배나 비행기로 다른 지역에 가야 한다.

정확한 실제 수요는 제도를 시행해야 측정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단 관계자는 "경기도에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확한 수요 예측이 이뤄지면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격기간이 끝난 뒤에도 조건부 면허를 신청하지 않고 운전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어, 실제 수요가 추산치보다 적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도에서 빠지는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되지 않았다. 오는 25일 전에 결격기간이 끝나 면허를 다시 취득해 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인원이 몇 명인지 묻자, 경찰청은 "시스템상 추출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무면허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반복한 사람은 취소할 면허가 없어 현행 제도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경찰청은 이들을 제도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했다. 개정안은 지난달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지만, 13일 현재 공포되지는 않았다.

비용 부담에 설치율 우려…"시행 후 보완 필요"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제도 초기인 만큼 시행 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도시대학원 고준호 교수는 "제대로 설치되고 작동만 된다면 음주운전 재범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본인 비용 약 400만원을 들여 설치해야 하는 만큼 설치율이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 초기에는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약간의 보조금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정일영 의원은 "음주운전 재범률이 40%를 넘는 상황에서 시동잠금장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제도"라며 "정부가 2년의 준비 기간을 확보하고도 시행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 장치 인증심사를 마쳤고, 설치·점검 시설조차 전국 5개 권역에 한정해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준비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장치를 제때 설치하거나 점검받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어 장치 공급과 설치·점검 시설의 전국적 확충 계획을 조속히 마련해 현장에서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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