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앤 카슨의 책이 서점가에서 빠르게 팔리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단순한 '수상 특수'를 넘어 구매층이 젊어졌다는 점이다. 최근 2년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을 주로 40~50대가 사들였다면, 올해는 20~30대 독자들이 열풍을 이끌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수상 발표 당일인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앤 카슨의 국내 번역서 판매량은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7일까지 누적 판매량의 약 39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자책 판매는 약 11배, 구독 서비스 크레마클럽 내 작품 다운로드 수는 약 22배 증가했다.
가장 먼저 반응이 온 책은 대표작 '빨강의 자서전'이다. 수상 발표 직후 실시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뒤 4일 연속 예스24 일일 베스트셀러 정상을 지켰다. 발표 이후 나흘간 판매량은 수상 전 올해 누적 판매량의 약 71배를 기록했다.
다른 작품으로도 관심이 번졌다. '남편의 아름다움'과 '에로스, 달콤씁쓸함'의 판매량은 각각 약 37배, 28배 늘었다. 예스24 10월 둘째 주 주간 베스트셀러에서도 '남편의 아름다움'이 10위, '에로스, 달콤씁쓸함'이 22위에 올랐다.
알라딘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수상 발표 직후부터 11일까지 앤 카슨의 국내 번역서 판매량은 발표 전 일주일보다 약 131배 늘었고, '빨강의 자서전'은 같은 기준 약 260배 증가했다.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와 시까지 판매가 함께 늘면서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으로 관심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번 열풍의 중심에는 젊은 독자들이 있다. 예스24에서 수상 발표 당일 앤 카슨 책 구매자는 30대가 28.0%로 가장 많았고, 20대도 21.6%를 차지했다. 20~30대 비중은 49.6%로 절반에 육박했다. 2024년 한강, 2025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수상 당시 40~50대 구매 비중이 각각 65.8%, 55.8%였던 것과 차이를 보인다.
특히 여성 독자의 비중이 높았다. 예스24 구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구매자의 84.1%가 여성이었고, 20~30대 여성만 44.1%에 달했다. 젊은 여성 독자들이 이번 '앤 카슨 열풍'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종이책에 머물지 않고 전자책과 구독형 독서 서비스로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밀리의서재는 '빨강의 자서전', '남편의 아름다움', '레드 닥>' 등 주요 작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빨강의 자서전'은 소설 분야 주간 베스트 상위권에 올랐다. 주요 서점들도 국내 출간작을 묶은 기획전과 관련 이벤트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앤 카슨은 고전문학을 현대적으로 비틀어 재해석하고 시와 산문, 소설, 비평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쓰기로 알려진 작가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대표작 한 권을 넘어 시와 에세이까지 독자들의 관심이 넓어지면서, 노벨문학상 특수가 일시적인 판매 급증을 넘어 새로운 독자층 유입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