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지사가 13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재정 비상 선언과 민생예산 삭감, 자료 제출 거부 등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추 지사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까지 재정 운용 방식과 인사 지연을 비판하면서 도정 전반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재정위기 기준 놓고 공방…추미애 "채무 증가 심각"
이날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경기도의 재정 상황이 정부의 재정위기 판단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추 지사의 재정 비상 선언에 의문을 제기했다.민주당 채현일(서울 영등포갑) 의원은 "재정위기 관리 기준상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25%를 초과하면 주의, 40%를 초과하면 위기인데 올해 2분기 경기도의 채무 비율은 13.7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 비상 선언 이후 도민들도 혼란스러웠고 집권 여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도 상당히 당혹스러웠다"며 "행정은 정치와 달리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책임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 재정 비상 선언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도 "2025년 경기도의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12.55%로 재정위기 주의 기준인 25%의 절반 수준이고, 2024년 결산 기준 관리채무 상환 비율도 8.39%로 진단 기준인 12%보다 낮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사가 바뀌고 불과 1년 만에 재정 비상을 선언할 정도로 특별한 사정이 생긴 것이냐"며 "정부의 재정위기 판단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왜 위기라고 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 달라"고 따져 물었다.
추 지사는 정부의 재정위기 판단 기준만으로 경기도의 실제 재정 상황을 평가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경기도는 인구가 많고 국고보조금도 많이 들어와 예산 규모가 40조 원을 넘는다"며 "분모가 크기 때문에 채무가 아무리 늘어나도 예산 대비 채무 비율에서는 심각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2년 동안 경기도의 채무 증가 속도가 30%를 넘어 전국 평균의 3배에 달하고, 자산 대비 부채 비율도 15%를 넘어 전국에서 가장 높다"고 주장했다.
재정난을 이유로 한 민생예산 삭감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이광희(충북 청주서원) 의원은 "목표가 옳다고 해서 방식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경기도의 재정 운용 방식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경기도가 시·군 보조사업 도비 지원 비율을 최대 30% 줄이기로 한 데 대해 "이러면 재정 자립도가 낮은 연천·가평 등 작은 군 단위는 사업 폐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나 시·군, 도의회와 협의하기도 전에 사실상 '부도'라며 시·군 사업 삭감을 통보한 것은 순서가 거꾸로 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자료 제출 거부 논란…민주당도 가세
자료 제출 거부를 둘러싼 공방도 감사 시작부터 이어졌다. 국민의힘 박상웅(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은 경기도가 주요 감사자료를 자치사무라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며 "감사에 필요한 자료조차 내놓지 않으면 도대체 뭘 보고 도정을 검증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질타했다.특히 추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자료 제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점을 거론하며 "국회의원일 때는 자료를 내라고 호통치고 입법까지 하더니 경기지사가 된 뒤에는 고유사무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 박정현(대전 대덕) 의원도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경기도만 지방공무원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및 피해자 보호조치 현황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자치사무는 핑계일 뿐이고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전국 최다가 나올까 봐 감추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인사 지연·도민 청원 처리도 도마 위
인사 지연 문제 역시 여야 공세에 힘을 보탰다. 민주당 이해식(서울 강동을) 의원은 하반기 정기인사를 내년 1월로 미룬 데 대해 "직원들의 가슴에 불을 댕겨 줘야 하는데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직원들의 사기가 너무 많이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내년 1월 1일까지 인사를 미루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처사"라며 인사 시기를 앞당길 것을 촉구했다. 추 지사는 조직진단과 업무 재설계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그런 과정이 끝나면 내년 1월 정도에 인사를 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진종오(비례) 의원은 추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도민 청원이 게시 5일 만에 동의자 3만775명을 기록한 뒤 답변 완료 처리된 경위를 따져 물었다. 진 의원은 청원 답변이 경기도 대변인 서면브리핑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며 답변의 진정성과 조기 종료 경위를 문제 삼았다.
추 지사는 "비교적 충실하게 답변을 드린 것"이라며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관한 것은 답변하지 않는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관사·관용차 이어 중앙정치 행보까지 비판
관사와 관용차 사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에 대한 추 지사의 입장도 논란이 됐다. 주 의원은 "재정이 어렵다면 지도자가 솔선수범해야 하는데 관사와 자동차 문제에서는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추 지사는 관사는 전세 계약으로 보증금을 반환받는 구조라며, 관용차 역시 친환경차를 도입해 유지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박상웅 의원은 추 지사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김지용 후보자 인선 비판 발언을 이어가는 데 대해서도 "중앙정치와 직결된 김 후보자 이름 석 자가 더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 지사는 "그것은 제 개인 SNS"라며 "도정을 소홀히 한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맞받았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재정 비상 선언의 근거와 민생예산 삭감 방식부터 자료 공개, 인사, 청원 처리, 도지사의 정치적 행보까지 비판이 이어졌다. 추 지사는 재정 상황의 심각성과 행정 운영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맞섰지만 여야 의원들의 공세 속에 도정 전반의 책임과 운영 방식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