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로 달궈 죽였는데 징역 7년?…대법 "2심 오류" 파기환송

'악귀 퇴치' 명목으로 결박해 3시간 숯불 가열
1심 무기징역→2심 징역 7년
2심 "살인 아닌 상해치사 인정"
대법 "주술의식 믿었어도 살인 고의 인정"

AI 생성 이미지

'악귀를 퇴치하겠다'며 신도를 결박한 채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무속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1심 무기징역을 징역 7년으로 감형했는데, 대법원은 잘못된 판결이라며 다시 재판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4일, 살인·살인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씨에게 징역 7년을, 공범 6명에게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4년 9월 인천의 한 식당에서 35세 여성 신도 B씨를 철제 구조물에 결박한 뒤 숯불 열기를 가하는 주술 의식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자신의 자녀들과 친척, B씨 등을 신도로 두고 무속 행위를 벌였다. A씨는 16억 1천만 원의 빚을 지고 친척이 운영하던 식당을 인수했고, 2024년 3월부터 B씨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하지만 B씨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식당을 운영하게 했다.
 
이후 B씨가 식당 일을 그만두고 떠나겠다고 하자 A씨는 '악귀가 들렸다'며 주술의식을 제안했다. A씨는 의식에 앞서 신도들에게 'B씨가 죽을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철제 구조물 제작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공범들은 2024년 9월 18일 B씨를 철제 구조물 위에 엎드리게 한 뒤 철사로 목과 몸통, 팔다리를 결박했다. 이후 구조물 아래에 불붙은 숯을 놓고 열기를 가했으며, 숯을 추가하거나 옷을 잘라내 맨살에 열기가 직접 닿도록 했다.
 
B씨는 '뜨겁다', '잘못했다'며 풀어줄 것을 호소하고 여러 차례 의식을 잃었지만, 범행은 약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후 B씨가 의식을 완전히 잃자 공범들은 현장을 정리한 뒤 약 2시간이 지나서 119에 신고했다. B씨는 결국 신체의 25%에 화상을 입고 다발성장기부전 등으로 이틀 뒤 숨졌다.
 
1심은 A씨 등의 살인과 살인방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주술의식을 주도한 A씨에게 무기징역을, 나머지 공범 6명에게는 각각 징역 10~25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살인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상해치사, 상해치사방조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공범들에게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B씨를 살해할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공범들이 숯불 열기를 가하는 구체적인 방식과 강도를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이 주술의식의 효험을 신뢰했던 점도 고려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기 위해 반드시 계획적인 살해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자신의 행위로 다른 사람이 사망할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철사로 묶고 그 밑에 불붙인 숯을 둬 가열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대단히 잔혹하고 위험한 것"이라며 "일반인의 상식으로도 이러한 행위를 2~3시간 이상 진행해 사람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주요 장기들이 위치한 몸통 전면부에 광범위한 화상을 입히는 경우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악귀를 퇴치하기 위한 의식'이었다고 해도 살인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주술의식으로 악귀를 퇴치하겠다'는 의도와 '위험성 있는 주술의식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은 양립할 수 있다"며 피고인들이 사망 위험성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한 이상 살인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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