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 귀항과 국내 최대 선사 HMM의 본사 부산 이전을 기념하는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산과 동남권을 지역균형발전을 선도하는 해양수도로 만들기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13일 오후 3시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는 북극항로 왕복 시범운항을 마친 팬스타 아크로호의 귀항을 기념하는 환영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해 팬스타 아크로호 서명원 선장과 선원 대표들에게 꽃목걸이를 직접 걸어주며 무사 귀항을 축하했다.
이 대통령은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기 위해 북극항로를 개척하겠다는 말을 했을 때, 상당수가 꿈 같은 소리 한다고 비웃기도 했지만 이제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다"며 "해양수산부를 신속하게 부산으로 이전하고 HMM을 포함한 주요 해운사를 부산으로 유치하겠다고 했더니 그때도 많은 사람이 비웃었지만, 이 역시 오늘 현실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바닷길이 열리게 되는 만큼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하는 부산과 동남권의 미래도 함께 열어가야겠다"며 "선박 건조와 수리, 연료 공급, 인력 양성, 금융과 보험까지 기업들이 지역에서 성장하고 그 결실이 지역의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게 해 젊은이들이 수도권 가지 않고 미래를 기획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방을 꼭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선사가 이은 북극 뱃길…"해양 수도권으로 가는 길"
팬스타 아크로호는 지난 8월 22일 부산신항을 출항했다. 러시아쪽 북극해를 지나는 북동항로를 거쳐 출항 20일 5시간 만에 첫 기항지인 영국 펠릭스토우에 도착했다. 이후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차례로 기항해 컨테이너 화물을 하역했다. 그런 뒤에는 다시 북동항로를 이용해 지난 11일 부산항으로 돌아왔다.국내 선사 컨테이너선이 북극항로를 이용해 한국과 유럽을 왕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북극항로 개척을 과제로 제시했을 때만 해도 해운업계 등 반응은 경제성이 낮다거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다소 회의적이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해운협회가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사 공모에 나섰지만, 선뜻 먼저 나서는 선사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부산 선사인 팬스타그룹이 공모에 단독 신청하면서 시범운항 사업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북극해를 운항할 수 있는 내빙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를 매입하고, 국내외 화주들로부터 화물을 확보해 결국 북극해로 부산과 유럽을 잇는 데 성공했다.
이번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은 우선 하절기에 쇄빙선 없이 북극해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 기존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는 항로보다 운항거리 35%, 소요시간은 10일가량 단축하는 효과도 확인했다.
해수부는 이번 항해로 얻은 경험과 데이터를 자산 삼아 후속 시범운항과 상업 운항을 준비하고, 북극항로를 국가 장기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황종우 해수부장관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컨테이너선, 자동차 운반선 등으로 시범운항을 확대하겠다. 특히 해양수도권을 완성하기 위해 북극항로 전진기지가 될 부산항 진해신항을 차질 없이 개발하고, 친환경 에너지 허브를 조성하는 등 사업도 적극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HMM 부산 본사' 가동 시작…핵심 공약 하나씩 실현
이날 팬스타 아크로호 환영식에 이어, HMM 본사 부산 이전을 기념하는 행사도 열렸다. HMM 부산 이전 역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해양수산부와 산하 공공기관 부산 이전과 함께 해양수도 부산을 조성하기 위한 핵심 축으로 꼽혔다.HMM은 전날부터 부산 임시 사옥에서 대표이사 등이 업무를 시작했다. 현재는 기존 부산영업본부 직원을 포함해 약 120명이 근무한다. 전체 국내 직원의 10%를 조금 넘는 규모지만, 앞으로 절차를 거쳐 추가로 인력을 부산 본사에 배치할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는 해양수도권 육성 정책에 따라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함께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 부산 이전도 추진해 왔다. HMM은 노사 합의를 거쳐 지난 5월 주주총회 의결로 본사 소재지를 부산으로 옮겼다.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이유에 대해 HMM은 "국내 대표 국적선사로서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에 동참하고, 지속적인 도약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산항 북항에 '랜드마크급 신사옥'을 짓겠다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북극항로 개척과 해수부·HMM 부산 이전 등 이 대통령이 해양수도권 조성을 위해 내세운 핵심 공약들이 하나씩 실현되면서, '해양수도 부산' 청사진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해수부 산하기관 이전과 동남권투자공사 설립, 가덕도신공항 개항 등 굵직한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부산이 명실상부 해양수도로 거듭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부산을 북극항로 핵심 허브로 키우는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필요한 부산항 인프라 확충, 가덕신공항 건설, 철도 물류망 정비 등에 속도를 내야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과 동남권이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해양수도로 거듭나고, 글로벌 물류 핵심 관문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