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주거비 도시로 향한 中 청년들의 3년 르포 = 대도시의 높은 집값과 반복되는 저임금 노동, 인간관계의 피로를 견디다 못한 중국 청년들이 '최저주거비 도시'로 향한다. 리잉디의 '탈주자들'은 이처럼 주류적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 은거를 택한 청년들을 3년간 따라간 르포르타주다.
저자는 베이징에서 기자로 일하던 중 바이두의 은둔생활자 커뮤니티 '은거바'에 주목했다. 이후 헤이룽장성 허강을 비롯한 5개 도시를 찾아가 직접 머물며, 직장을 그만두고 관계를 줄이고 최소한의 소비로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을 기록했다.
허강은 이들에게 값싼 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택된 곳이 아니다. 대도시에서 수십 년간 대출을 갚으며 버텨야 하는 삶 대신, 2만~3만 위안 수준의 집을 마련해 노동과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폭스콘 공장노동자, 서비스직 종사자, 콜센터 직원 등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노동에 지친 이들이 이곳으로 모인다.
책은 이들의 삶을 낭만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게임 대리 플레이, 배달 조리점, 소액 투자, 부동산 중개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도 있지만, 경제적 불안과 고립감, 미래에 대한 막막함은 여전히 남는다. "아무도 모른 채 죽지는 말자"는 농담이 오갈 만큼 관계는 느슨하다.
'탈주자들'은 이들을 단순한 '은거자'나 '탕핑족'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왜 한 세대가 출근과 소비, 연애와 결혼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삶에서 빠져나오려 하는지, 그리고 그 탈주가 자유인지 또 다른 고립인지를 끝까지 따라간다.
리잉디 지음 | 김경숙 옮김 | 김영사
▲'공화주의자 공자'가 다시 읽은 논어 = 공자를 '충효를 앞세운 보수적 성인군자'가 아닌, 혈통에 의한 지배를 거부하고 덕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공동체를 이끌어야 한다고 본 정치사상가로 다시 읽는 책이 나왔다.
권재현의 '공화주의자 공자'는 동아시아 고전 '논어'를 공화주의의 시각에서 재해석한다. 저자는 후대 유학이 공자를 신분 질서를 옹호한 인물로 고착시켰다고 보고, 원문과 공자의 생애를 통해 양심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 시민적 덕성, 공공성을 중시한 사상가의 면모를 끌어낸다.
책의 핵심은 공자가 말한 '군자'를 단순한 도덕적 모범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끌 정치적 주체로 해석하는 데 있다. 임금의 자식이 아니라 가장 어진 사람에게 통치를 맡기는 선양의 이상에서 '국가는 특정 왕조의 사유물이 아니라 공공의 것'이라는 공화주의적 발상을 읽어낸다.
공자의 생애도 새롭게 조명한다. 정치적 뜻을 이루지 못한 채 14년간 여러 나라를 떠돌고, 말년에 가족과 제자를 잇달아 잃으면서도 자신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았던 공자를 저자는 '대륙의 돈키호테'에 비유한다.
결국 이 책이 되살리려는 것은 박제된 '성인군자'가 아니라 불평등한 질서에 맞서 새로운 정치와 인간관계를 상상했던 공자다. 2500년 전 군자학이 오늘날 공화주의와 어떤 지점에서 만날 수 있는지를 따라가며 '논어'를 현재의 언어로 다시 읽게 한다.
권재현 지음 | 은행나무
▲언론 장악·공영방송·검찰·AI까지 '감시견의 이빨, 애완견의 꼬리' = 대한민국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는 '감시견'인가, 권력에 순응하는 '애완견'인가.
최경진의 '감시견의 이빨, 애완견의 꼬리'는 한국 언론이 지난 25년 동안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되짚는 평론집이다.
책은 이명박 정부의 'PD수첩' 탄압과 언론사 강제 해임,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보도 개입, 윤석열 정부 시기의 공영방송 장악 논란과 비상계엄·탄핵 국면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온 권력과 언론의 긴장을 따라간다.
특히 저자가 제31기 KBS 시청자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켜본 KBS의 변화도 비중 있게 다룬다. 박민 사장 취임 직후 단행된 인사와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던 당시 입장문도 책에 수록됐다.
주제는 언론 장악에만 머물지 않는다. 선거 보도, 시민 공론장, 검찰과 언론의 관계, 공영언론의 이데올로기, 미디어 정책, 인권, 뉴스 저널리즘, 매체 비평, 인공지능(AI) 시대 저널리즘까지 한국 언론의 여러 층위를 두루 짚는다.
저자는 언론 위기의 원인을 외부 권력의 압박뿐 아니라 언론 내부의 무력함과 자기기만에서도 찾는다. 해법 역시 거창한 구호보다 자기 성찰과 독립, 품격 있는 질문이라는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고 본다.
책 말미에서 그는 "언론이 만만해지는 사회에서 가장 먼저 만만해지는 것은 시민이고, 그다음은 진실이며, 종국에는 민주주의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적었다.
최경진 지음 | 뉴스타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