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14일 국회에서 열린다. 앞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임명을 제청한 지 37일 만, 이재명 대통령이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한 지 12일 만이다.
정치권에서는 국정감사 2주차인 시점상, 여야 화력이 온전히 쏠리긴 힘들다고 본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견인할 정도로 여파가 컸던 '김승원 청문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당시엔 법무장관 인선을 '공소취소' 포석으로 간주한 국민의힘이 총공세에 나선 반면, '김지용 청문회'는 그만한 의지가 읽히지 않기 때문. 청문회는 보통 야당에서 후보자 관련 의혹 제기에 열심인데, 이번엔 그런 공세가 거의 실종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김 후보자 관련 전선이 여권 내부에서 형성된 탓이 크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등이 불을 지핀 '친윤(親윤석열)' 논쟁은 최근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한 감찰 지시로까지 번졌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속내는 복잡하다. 여권의 자중지란을 방치하는 게 정무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겉으론 '철저한 검증'을 말하지만, 내부적으로 뾰족한 대응전략이 없는 것도 그래서다. 애당초 당론 자체가 '중수청 신설 반대'인 만큼, 후보자 적격성을 논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푸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라는 '판'이 깔렸으니, 검증할 것은 검증하되 소모적 공방은 지양하자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맹탕 청문회' 우려도 제기되는 가운데, 김 후보자 청문회를 관통할 주요 쟁점들을 짚어봤다.
①'친윤'인가, '반윤'인가
핵심 관전포인트는 검찰 출신인 김 후보자를 소위 '친윤'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여타 국무위원 청문회와 달리, 여권의 '철통 방어'를 기대하긴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 청장으로 거명되던 초기엔, 검사 이력이 문제시되는 것 같더니, 이내 '친윤' 여부로 논점이 옮겨붙었다.군불을 뗀 쪽은 과거 '추·윤 대전'의 주인공인 추 지사다. 후보자 임명 제청 단계에서부터 '친윤' 딱지를 붙이며, 부적격 사유로 3가지를 꼽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무정지·징계 청구에 반대하는 성명에 참여했던 점 △대검 형사부장 때 '검찰개혁'에 공개 반대한 점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수사한 정진웅 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하는 것을 승인했다는 점 등이다. 청와대를 겨냥해 "국민이 지켜본다. 검증 똑바로 합시다"라고 못 박기도 했다.
당내 또다른 강경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용민 의원도 "개혁하는 자리에 개혁의 대상이 들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공개 반발했고, 검사 출신 이성윤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또한 '검찰주의자'인 김 후보자에게 속아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논쟁이 과열되면서, 오히려 '반윤(反윤석열)'에 가깝다는 반론도 나왔다.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객관적 증거에 따라 확인한 바로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고 짚었다. 또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장모인 최은순씨 모해위증교사 무혐의 사건을 재기수사 명령해 기소한 당사자란 점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지방 차장검사로 좌천돼 사직했기에 "친윤 검사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힘은, 이 지점에 있어선 청와대와 이견이 크지 않은 모습이다. 후보자의 적격성을 인정해서라기보다는, 특별한 비위가 있지 않은 이상 특정시기 검찰로 근무했다는 사실이 주홍글씨가 될 순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후보자 본인도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질의 답변에서 중수청의 중기과제로 "수사의 정치화 청산"을 제시하며, 최근 10년간 윤 전 대통령과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②檢 공판부장 시절, 피해자 '무고 역기소' 논란
검찰 재직 시, 몇몇 정치적 사건을 제외하곤 거의 조명되지 않았던 사건처리 이력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최근 CBS노컷뉴스가 연속 보도한 '사기피해자 무고죄 역기소' 논란은 특히 여권이 정치검찰의 폐해로 지적해온 문제들이 엮여 있다는 점에서, 당사자의 구두소명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0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국새 사기사건'으로 구속된 민홍규씨의 배우자 김모씨가 사업가 A씨에게 전직 검찰총장 B씨 알선 명목으로 5천만원을 건넨 데서 비롯됐다. 돈은 B씨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김씨는 2015년 A씨를 변호사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그런데, 당시 김 후보자가 부장으로 공소유지를 지휘한 중앙지검 공판부는 1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돌연 피해자인 김씨를 무고죄 피의자로 몰았다. 5천만원을 융통한 출처가 불분명하다며 거래계좌 조회를 요청해놓고는, 회신이 오기 전에 무고 혐의 직접수사에 착수한 것. 정작 A씨에 대해선 구형도 포기했고, 1심에서 무죄가 나온 뒤 항소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판부의 예상과 달리 법원은 김씨의 1심 재판에서 무고죄 관련 무죄를 선고했고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론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A씨의 무죄가 분명해 보였기에, 원칙대로 선고해 달라며 형량 판단을 재판부에 위임한 거라고 해명했다. 김씨에 대해서도 일부 모해위증 혐의는 유죄가 나왔다고 항변했다. 다만, 법원이 A씨의 금품 수수를 기정 사실로 인정한 만큼 김씨에게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 '역기소'를 감행한 명분으로는 궁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후 김씨 수사 단계에서 불거진 피의자 신문조서 조작 의혹에 대한 내부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도 있다. 당시는 김 후보자가 대검 감찰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다.
③'안태근 前검사장 성폭력' 감찰 무마 의혹
막판에 부상한 이슈는 안태근 전 검사장의 강제추행 감찰 무마 의혹이다. 사건은 피해자인 서지현 전 검사가 2018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폭로하며 외부에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이 의혹이 검찰 내부망을 시작으로 서서히 알려지던 2017년 8월~2018년 7월 대검 감찰1과장으로 근무했다.
여권에서는 김 후보자가 사건 단초를 파악하고도, 감찰에 소극적이었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인사청문 서면질의 답변 등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당시 주위 풍문을 통해 가해자가 안 전 검사장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에게서 해당 질의를 받은 김 후보자는 "피해자나 구체적 행위내용까지 특정된 상태가 아니라 정식 조사를 진행하긴 어려웠다"고도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가해자가 안 전 검사장으로 확실히 확인이 됐다 해도, 이미 면직 상태였기 때문에 감찰이 불가했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반면, 피해 당사자인 서 전 검사는 김 후보자의 감찰 무마 의혹이 보도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가·피해자는 사건 당시부터 특정돼 있었다'고 정면 반박했다. 처음부터 사건의 공론화를 원했고, 일관되게 가해자의 사과와 진상 규명을 요구해 왔다고도 주장했다. 또 대리인단을 통해 검찰 진상조사단에 '2차 가해 조사·감찰', '사건 은폐경위 규명' 등도 요청했지만, 어떤 조치도 없었으며 대상자들은 되레 승진했다고 덧붙였다.
윤건영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 논란과 관련, "감찰과장이라면 피해를 당한 분이 찾아오기 전에 나서서 확인해야 되는 것"이라며 "정식적인 문제 제기가 없었다고 하는 것 자체가 저는 온당치 않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피해자가 공론화를 원치 않았다는 주장 △가·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는 해명 또한 상충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후보자가 쭉 걸어왔던 길 속에선 그런 지점들을 좀 주목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