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검사 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 국내 기업의 전직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식재산처 기술유출특별사법경찰과(기술 경찰)와 대전지방공소청 중대범죄기소2부는 이 기업의 전직 직원 A(45) 씨를 부정경쟁방지법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B(40) 씨와 C(40) 씨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14일 밝혔다. 지식재산처는 기술 경찰이 해외 기술 유출 사범을 구속하고 공소청이 기소한 첫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2023년 11월 해외로 달아난 피해 기업 전직 임원 D(58) 씨의 제안을 받고 기존 연봉의 2배를 받는 조건으로 직장을 옮겼다. 이들은 피해 기업의 현지 유통을 맡던 해외 유통기업과 공모해 해외 제조기업을 세우고, 2026년 2월까지 피해 기업의 설계 도면과 기술자료로 만든 제품을 해외에 공급한 혐의를 받는다.
유출 대상으로 지목된 프로브카드 기술은 반도체 칩의 불량 여부를 웨이퍼 상태에서 가려내는 검사장비에 쓰이는 것으로, 미국과 일본 기업 등이 시장을 선점해 왔다. 피해 기업은 이 분야에서 국산화에 성공해 고대역폭 메모리(HBM) 검사용 장비까지 개발하고 국내외 주요 반도체 대기업에 공급해 왔다.
기술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이 기술로 만든 시제품을 2025년 12월 해외에 공급했고, 피해 기업은 해외 시장을 잃으면 연간 400억 원의 매출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기술 경찰은 국가정보원의 첩보를 받아 2025년 7월 수사에 나섰지만, 피의자들이 해외에 머물러 어려움을 겪었다. 국정원과 공조해 해외 제조기업이 설계와 조달에 국내 공급망을 이용한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7월 국내 설계기업을 압수수색해 피해 기업의 설계 도면과 기술자료를 확보했다.
이 자료에는 피해 기업 이름 등 출처가 지워지거나 해외 제조기업의 자료처럼 다시 편집된 흔적이 있었다. 기술 경찰은 반도체 업계 연구·개발 경험을 갖춘 전문 수사관과 6월에 늘린 수사 인력을 투입해 정밀 분석했고, 출처가 지워진 자료가 피해 기업의 기술을 바탕으로 작성·변형된 것임을 밝혀냈다.
주범으로 지목된 D 씨는 해외에 머물며 수사를 피하고 있어 기술 경찰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신병이 확보되면 곧바로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지식재산처는 이번 수사가 검찰청의 공소청 전환 등 형사사법 체계 변화와 겹쳤지만, 기술 경찰과 공소청이 영장 청구와 압수수색, 피의자 신병 확보 등 주요 절차에서 긴밀하게 협력했다고 전했다.
정연우 지식재산처 차장은 "기업의 핵심기술이 국외로 유출되면 돌이킬 수 없기에 기술 유출 사범을 검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 유출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해외 기술 유출 처벌 수위를 높이고 범행에 가담한 해외 기업도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