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지역 유착 비리를 막기 위해 연고지 근무를 제한하는 '향피제'가 전면 적용되면서 부산에서도 경찰서장 절반이 교체되는 등 대규모 인사가 단행됐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으로 수사기관 체계가 바뀌는 상황에서 지휘부까지 대거 교체되면서 내부에서는 낯선 지역과 보직에 적응하고 새로운 수사체계에 대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서도 경찰서장 절반 교체…주요 보직도 타 시·도 출신으로
13일 경찰청은 전국 385개 직위를 대상으로 2026년 하반기 총경급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로 전국 경찰서장 242명 가운데 118명이 교체됐다. 이는 전체의 49%에 달하는 규모다.부산에서도 16개 경찰서 가운데 절반인 8곳의 서장이 바뀌었다. 이 가운데 7곳에는 제주와 경북, 대구, 경남, 울산 등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던 간부들이 새로 부임한다.
부산 중부경찰서장에는 제주경찰청 치안정보과장 출신 오태욱 총경이, 동부경찰서장에는 경북 자치경찰위원회에서 근무한 이정열 총경이 임명됐다. 부산진경찰서장은 대구경찰청 수사과장을 지낸 박종하 총경이, 강서경찰서장은 울산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장 출신 유병조 총경이 맡는다.
사하경찰서장에는 경남경찰청 형사과장 출신 조상윤 총경이, 연제경찰서장에는 대구경찰청 안보수사과장을 지낸 임상우 총경이, 수영경찰서장에는 울산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팀장 출신 김현식 총경이 각각 임명됐다.
부산경찰청 주요 보직에도 다른 시·도에서 근무하던 총경급 간부들이 대거 배치됐다.
청문감사인권담당관에는 강원경찰청 치안지도관 출신 정혜정 총경이, 경비과장에는 경찰수사연수원 교무과장을 지낸 김영호 총경이 임명됐다. 수사과장은 경북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 출신 오기덕 총경이, 사이버수사과장은 경남 양산경찰서장을 지낸 김종규 총경이 맡는다. 과학수사과장에는 경남 진주경찰서장 출신 강오생 총경이 배치됐다.
주요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에는 대구 강북경찰서장 출신 정현욱 총경이, 광역범죄수사대장에는 대구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장을 지낸 김재춘 총경이 각각 발령됐다.
전국 시·도경찰청에 신설된 수사심의과에도 과장이 임명됐다. 부산경찰청 수사심의과장은 황진홍 총경이 맡는다. 수사심의과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등 변화하는 형사사법 체계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수사심의계를 총경급 부서로 격상한 조직이다.
경찰청은 이번 총경급 인사를 끝으로 올해 하반기 인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향후 변화된 형사사법 체계를 현장에 안착시키고, 여성·아동 및 피해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경찰 업무를 계속 혁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사 원칙 예측 어려워"…향피제 전면 적용에 내부 '술렁'
이번 인사는 지역 유착을 차단하기 위한 향피제가 전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앞서 지난 5월 광주에서 불거진 장윤기 사건을 둘러싸고 부실 수사와 경찰 유착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역 연고에 따른 부당한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대규모 인사를 받아들이는 경찰 내부의 분위기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 중수청 출범에 따른 수사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휘부까지 대거 바뀌면서 조직 안정과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경찰청 소속 한 간부급 경찰관은 "아주 이례적인 인사라 내부에서도 다들 놀라는 분위기"라며 "통상 인사 대상자의 80% 정도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총경급 인사의 원칙이 무엇인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희망 보직을 제출했지만 희망대로 간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인사 결과를 보면 경찰서장이나 수사·청문 분야 등에서 향피제가 엄격하게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 유착을 차단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일부 사례를 이유로 전체 인원을 옮기는 게 과연 맞는지 의문"이라며 "가정이 있는데 낯선 지역에서 객지 생활을 해야 하는 만큼 당분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조직이 어수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도 인사 기준과 새 지휘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경찰의 수사역량 강화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인사 기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부산의 한 일선경찰서 경위는 "어떤 분이 새로 오는지 내부적으로도 정보가 거의 없어 선뜻 환영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일부 인사를 두고는 논란이 있었던 인물들이 좌천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수청 출범으로 경찰 수사역량이 중요해진 만큼 수사 경험이 풍부한 간부들은 당연히 수사 부서로 갈 걸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수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서로 이동한 사례도 있어 의아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향피제 도입으로 지역 내 인맥과 관계에 따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도 일부 나왔다.
부산의 한 일선경찰서 경감은 "같은 지역에서 오래 근무한 간부들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 보니 아무래도 눈치를 보게 되는데 이제는 누가 오든 그럴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당분간은 조직 정비 등으로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