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군산병원에서 근무하던 고(故) 임가현 방사선사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가운데, 병원 내 다른 부서에서도 상급자의 폭력과 성희롱 등 괴롭힘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를 호소한 직원들은 관리자급 직원들이 이른바 '기강 잡기'를 명목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을 따돌렸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되는 가운데, 노동부가 추가 의혹까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강 잡는다며 구조적·지속적인 폭력 일삼아" 진정서 제출한 직원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군산지청엔 "동군산병원에서 지속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정서가 접수됐다.
해당 진정서에는 임 방사선사가 속했던 영상의학과 외의 다른 부서에서도 성희롱 등 상급자의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심야 술자리를 거듭 권하는 상급자의 요구를 거절했더니 "신데릴라도 아니고 일찍 들어가냐"며 비아냥댔다는 내용과 회식 중 상급자가 부하 직원의 팔을 주먹으로 때렸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상급자가 여성 직원에게 "몸매가 늘씬하다"며 성적 불쾌감을 주는 발언을 반복해 병원 측에 보고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진정서의 내용 외에도 임 방사선사 유족지원단엔 "술자리에서 머리를 맞고 엉덩이를 발로 차였으며, 얼굴에 담배 연기를 뿜는 행위까지 당했다"거나 "겨울에 외투 없이 병원 입구에서 인사하도록 지시받았다"는 등 피해를 호소하는 제보가 다수 접수됐다.
진정서에 따르면 폭력을 가한 상급자들은 피해를 호소하거나 신고를 한 후배 직원들을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배신자'라며 낙인을 찍기도 했다. "죽여버릴 수도 없고"라는 폭언을 들은 피해자도 있었다.
진정서를 작성한 동군산병원 직원들은 "이번 사안의 핵심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관리자급 직원들이 기강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행하는 폭력과 성희롱이며, 문제를 제기하면 따돌리고 괴롭히는 폭력 카르텔이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동군산병원에 뿌리내린 악습을 없애달라"고 밝혔다.
안호영 "고인 사망으로 어렵게 나온 제보들…헛되지 않게 철저히 조사해야"
이번에 제기된 추가적인 직장 내 괴롭힘의 정황을 두고, 정치권에서도 재발 방지와 진상 규명의 목소리가 나왔다.
안호영 국회의원(완주·진안·무주)은 "여러 제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피해를 알린 신고자가 불이익을 겪었다는 사실이다"며 "이런 상황에선 직원들이 안심해서 신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원이 자체적으로 조사했다면 누구의 진술과 어떤 자료를 근거로 이뤄졌는지, 그 과정에서 신고자 보호는 제대로 됐는지 검증해야 한다"며 "일하고 있는 직원이 병원 관계자의 개입 없이 자유롭게 진술했는지, 조사 기간 중 인사상 불이익 등이 없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진정서에 담긴 내용 뿐 아닌 조기 출근과 휴게시간, 임금과 관련해서 제기된 의혹도 고용노동부의 감독 범위에 포함해 확인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고인의 사망으로 어렵게 나온 제보인만큼 노동부는 끝까지 확인하고, 분명한 책임을 물어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29일 군산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임가현 방사선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5월부터 동군산병원의 방사선사로 근무를 시작한 그는 반복해서 "병원 일이 힘들다"며 직장에서 괴롭힘이 있음을 암시했다.
이를 두고 유족들은 임 방사선사가 수면장애 등을 호소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주장해왔다. 전북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유족 주장과 임 방사선사가 가족이나 지인과 나눈 문자메시지 등을 바탕으로 그의 사망 경위에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