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하는 두산 베어스 김원형 감독이 안방 잠실에서 열리는 운명의 단두대 매치를 앞두고 필승의 각오를 다졌다.
두산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치른다. 정규시즌을 5위로 마친 두산은 1승을 먼저 안고 출발하는 4위 LG를 상대로 2경기를 모두 잡아야만 준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는 불리한 처지다.
단 한 경기라도 패하면 올 시즌 여정은 그 자리에서 끝난다. 특히 올 시즌을 끝으로 철거를 앞둔 잠실구장에서 '한 지붕 두 가족' LG와 벌이는 마지막 가을야구 시리즈인 만큼 무게감이 남다르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김원형 감독은 "와일드카드는 나 역시 감독이 되고 나서 처음이다. 설렌다기보다 올 시즌 참 선수들이 고생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면서도 "내일이 없기 때문에 오늘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가득하다. 선수들이 144경기 동안 고생했는데, 오늘 145번째 경기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LG와의 이번 맞대결에 대해서는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김 감독은 "이기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다만 매치업 자체가 이렇게 성사된 것 자체가 신기하다. 마치 '너희 둘은 만날 운명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며 "부담도 크지만 오늘 경기를 이겨서 144경기 동안 고생한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산이 1차전에 사활을 걸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은 에이스 곽빈의 선발 등판이다. 김 감독은 "올 시즌 곽빈이 워낙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고 아시안게임에서도 안정감을 증명했다. 밖에서 팀 분위기가 좋다고 평가해 주시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상대가 1승을 먼저 안고 시작하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 유리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과거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곽빈이 겪었던 부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김 감독은 "지난 일은 지난 일이다. 올 시즌의 곽빈은 확연히 다른 투수가 됐다"며 "특히 본인에게 큰 부담이었을 아시안게임 결승전을 치르고 온 경험이 오늘 경기에도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과거의 부진은 빈이 머릿속에 아예 없을 것"이라고 강한 신뢰를 보였다.
이어 선발 뒤를 받칠 불펜 운용에 대해서는 "곽빈이 정상적으로 던져준다면 상대 타선과 이닝 상황을 보면서 움직이겠지만, 문제없이 던져주느냐 여부에 따라 잭 로우나 최민석 등의 기용을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특급 신인 박준순의 엔트리 승선은 부상으로 최종 불발됐다. 김 감독은 "엔트리 제출 직전까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러닝이 아직 50% 수준이라고 보고했다"며 "타격 훈련은 했지만 실전에서 주루가 가능할지 회의 끝에 몸 상태가 호전되는 과정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준순에게 "준순이를 불러서 '형들이 힘내서 다음 단계로 올라가면 그때 뛸 수 있도록 몸을 만들고 있자'고 했다"면서 "어린 나이에 찾아온 가을야구 무대를 놓쳐 안타깝겠지만, 앞으로 기회는 많다. 너무 낙담하지 말고 '부상도 실력'이라는 말처럼 1년 내내 큰 부상 없이 가을야구를 뛸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다지길 바란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상대 선발 카라스코 공략에 대해서는 타선의 고른 활약을 기대했다. 김 감독은 "카라스코가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풍부해 자기 공을 던지겠지만, 우리 야수들도 시즌 막판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며 "오늘 선발 라인업 중 대여섯 명 정도가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