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학살 103년…"시민 기록, 국가 진상규명으로 이어가야"



[앵커]
 
1923년 일본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인에 의해 자행된 조선인 학살은 103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관련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내년 1월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가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한일 시민사회가 그동안 축적해 온 기록과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정원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대지진 직후 퍼진 유언비어.
 
"조선인이 방화했다",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거짓 소문은 조선인 학살로 이어졌습니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본 정부는 국가 책임을 외면해 왔지만, 진실을 밝히려는 민간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일본 각지 시민들과 한국의 역사·종교 단체들은 현장을 찾아 기록을 수집하고 증언을 모으며 진실의 퍼즐을 맞춰왔습니다.
 
일본 정부의 외면 속에 지난해 12월 우리 국회는 '간토학살 진상규명 특별법'을 통과시켰고, 내년 1월부터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이 시작됩니다.
 
이런 가운데 한일 시민사회가 축적된 성과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기조발제에 나선 김광열 광운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진상조사가 일본 시민사회가 축적해 온 연구와 조사 성과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부터 시민단체와 연구자들이 학살 현장을 조사하고 목격자 증언과 관련 자료를 수집해 왔습니다.
 
이러한 기록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검토하는 일이 희생자 판정과 진상규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일본 각지의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실태와 추도 및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이 소개된 가운데, 일본 정부의 공적 자료 공개가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제기됐습니다.
 
일본 정부가 관련 기록을 찾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민간의 증언과 자료까지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공개할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학살의 기억을 이어가는 활동가들의 고령화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혔습니다.
 
최근 추도식과 추도비를 겨냥한 공격, 재일동포 단체를 향한 협박 등 혐오와 배제의 문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과제를 풀기 위한 대안으로는 지역과 세대를 잇는 새로운 연대가 제시됐습니다.
 
일본 각지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돼 온 조사와 추도 활동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겁니다.
 
[녹취] 량대륭 / 1923 간토 조선인 대학살을 기억하는 행동
"이것이 합쳐지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한 사회 구조를 바꿔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행사를 주최한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김종수 상임대표는 시민들이 오랜 시간 밝혀 온 진실을 이제 국가의 공적 조사로 이어갈 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진상규명은 과거의 피해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살을 가능하게 했던 혐오와 선동의 구조를 되돌아보는 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김종수 목사 /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상임대표
"한국 정부는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왔던 이 연구 성과, 조사의 성과들을 그대로 이어받아서 그 바탕 위에서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내놓지 않는 학살 피해자의 명부들, 진실들, 그것을 한국 외교력이 발동이 되어서 그것이 좀 더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민간이 쌓아 온 기억과 기록을 국가의 진상규명으로 잇고, 다시는 같은 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 교훈으로 남기는 일.
 
한일 시민사회가 함께 이어 온 1923년의 기억은 이제 국가의 책임과 다음 세대의 실천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CBS 뉴스 정원희입니다.
 

[영상기자: 최내호]
[영상편집: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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