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중국 자동차와의 경쟁 심화와 맞물린 수익성 둔화 우려에 직면한 가운데, 인도 등 신흥시장 개척에 크게 힘을 싣는 한편 배터리 내재화 등 원가를 절감하는 식으로 방어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유럽이 최근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 제한 방침을 정하면서 현대차의 현지 경쟁 부담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오히려 해당 조치가 중국의 유럽 현지 생산과 신흥시장 공략을 재촉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때문에 현대차로서는 원가 절감을 위한 생산 거점 재편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업계에서 나온다.
값싼 중국차, 전방위 공세…유럽 막혀도 정면 돌파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말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노사 갈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 등으로 이번 실적은 1년 전보다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은 올해 3분기 매출액을 44조원, 영업이익을 2조3600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7% 감소한 수준이다.전문가들은 현대차에 대한 시장의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는 현상) 우려가 단순한 실적 둔화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 구조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본다. 미국·유럽·중국 등 주요 지역에서 자국 우선주의와 현지 생산을 강화하면서 수출 중심으로 성장해 온 국내 완성차 산업의 기존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역별로 요구하는 동력계와 규제가 달라지면 개발·생산 비용이 늘어나게 되는 것도 현대차그룹의 고민을 깊게 한다.
특히 중국 전기차의 공세는 더 광범위하고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은 지난 9일 중국산 하이브리드차의 EU 수출 물량을 내년 35만대로 제한하고 이후 매년 6%씩 늘리는 데 합의했다. 단기적으로는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 방어 중인 한국차에 호재일 수 있으나, 이 같은 규제는 오히려 중국 업체들의 현지화를 앞당기는 한편 신흥시장 진출까지 가속화 할 수 있는 만큼 현대차로서는 리스크도 상존한다는 우려 섞인 분석도 나온다.
중국 업체들은 이미 헝가리 등에 생산 공장을 짓는 등 현지화에 나섰다. 동시에 유럽에서 수출길이 좁아진 만큼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 진출도 확대하고 있다. 인도 상공부(Ministry of Commerce and Industry)에 따르면 인도의 중국산 승용차 수입액은 2024년 9680만달러에서 2025년 2억1861만달러(약 2920억원)약 로 2배 넘게 늘었다. 자동차·부품 전체 수입액도 2025년 27억6천만달러(약 3조 6970억원)로 전년보다 33.2% 증가했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인도 신차 투입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메르세데스-벤츠와 혼다, 스코다, 볼보 등이 신차나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했거나 출시를 앞뒀다. 중국 업체들까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략을 강화하면 현대차가 성장 기반으로 삼아 온 신흥시장에서도 경쟁이 거세질 수 있다.
현대차, 미래 전략 거점 '인도 푸네 공장' 본격 가동…방어선 구축
일찌감치 인도에서 터를 닦아온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능력 확대로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 1996년 인도에 진출해 현지 시장에서 연간 60만 대 안팎을 판매하는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한 현대차는 인도를 글로벌 핵심 생산 거점이자 수출 허브로 육성하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 인도 생산 물량의 약 30%를 수출해 중동·아프리카·아시아·남미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가 본격 가동을 시작한 인도 푸네 신공장을 핵심 '전략 거점'으로 삼는 것도 이런 계획과 맞닿아 있다. 현대차는 전날(현지 시간)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에서 푸네 신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푸네 신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현재 17만 대 규모로, 2028년 25만 대, 2030년 32만 대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생산능력 확대와 연구개발, 협력사 육성을 함께 추진해 인도를 미래 성장과 신흥시장 수출의 핵심 거점으로 키우면서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도 읽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준공식에서 "30년 전 처음 인도에 진출했을 때부터 현대차는 현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현지 첫 차종인 쌍트로를 출시한 이후 인도는 현대차의 글로벌 성장 과정에서 핵심 축이 됐다"며 "푸네 공장 준공식은 현대차가 인도 현지에서 새로운 장(章)을 여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킹산직' 평균연봉 1억 넘어…배터리 내재화·현지생산으로 원가 낮추는 수밖에
현대차그룹은 신흥시장을 겨냥한 보급형 전기차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 적용을 늘리고 인도 현지에서 배터리팩을 조립해 생산비를 더욱 낮춘다는 구상도 내놨다. 인도에서는 부품 현지화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차량 가격뿐 아니라 배터리와 부품 조달, 생산 공정까지 손봐야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배터리팩 현지 조립은 이미 시작했다. 현대차 인도법인과 현대모비스 인도법인은 첸나이 공장 내 배터리팩 조립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1단계 연간 조립 능력은 7만5천개로, NCM과 LFP 배터리팩을 모두 조립할 수 있다.
배터리 전략도 차급과 용도에 따라 세분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7년 출시할 전기차에 배터리 원가를 약 30% 낮춘 미드니켈 NCM 배터리를 적용할 계획이다. 자체 개발한 고출력 배터리 셀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에 먼저 투입한다. LFP로 가격을 낮추는 한편 NCM과 자체 개발 셀로 성능과 주행거리까지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생산직의 인건비 부담이 커졌고, 파업 우려도 상존하는 만큼 중국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는 중저가 모델 트림에서 국산차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현대차의 저가 모델은 이미 BYD등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본다. 국내 생산직 평균 연봉이 1억2천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라며 "결국 해외에서 중고가 모델을 생산해야 된다. 미국에 팔 차는 미국에서, 유럽에 팔 차는 유럽에서, 신흥 시장은 신흥 시장에서 (만들어) 파는 게 유일한 답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