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 퐁피두센터 부산 분관 건립 백지화를 둘러싸고 지역 정치권의 대립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영 국회의원(부산 남구)이 전재수 부산시장을 향해 "남구의 미래를 걷어찼다"며 정면 비판에 나선 가운데, 진보당 부산시당은 사업 중단을 환영하며 박형준 전 부산시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퐁피두 백지화 논란이 전·현직 시장 간 공방을 넘어 전재수 시정에 힘을 싣는 범여권과 이를 '전임 시정 지우기'로 규정한 국민의힘 간 정치적 힘겨루기로 번지고 있다.
박수영 "부산 미래 걷어차"…전재수 시장 정면 겨냥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장은 걷어차는 자리가 아니라 만들어내는 자리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전재수 시장의 퐁피두 분관 건립 중단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박 의원은 "부산시가 퐁피두센터 부산분관을 백지화하며 남구와 이기대의 미래를 걷어찼다"며 "세계적 문화콘텐츠를 유치해 부산 시민의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을 높일 기회를 스스로 거둬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산시가 중단 이유로 내세운 환경 보존과 계약·재정 문제에 대해 "구체성 없는 손가락질에 불과하다"며 "어렵다고 걷어차지 말고 환경부담을 줄이고 재정부담을 낮출 유리한 계약 조건을 만들어내는 게 시장이라는 자리"라고 지적했다.
특히 부산시 정책점검단의 다수 의견이 '사업조건 재검토'였다는 점을 거론하며 "재검토는 전면 중단과 전혀 다르다. 조건 개선의 필요성이 어째서 백지화의 근거가 됐는지 전 시장은 설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근 부산 북항을 찾은 상어 '부캉이'를 둘러싼 전 시장의 반응까지 끌어와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 의원은 "전 시장은 우연히 북항을 찾은 부캉이를 두고 '수조 원을 들여도 안 되는 홍보'라며 반겼다"며 "자연이 가져다준 화제성에는 열광하면서 행정이 만들어내야 할 세계적 문화 콘텐츠는 왜 걷어차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부산의 미래를 우연에 맡길 수는 없다"며 "전재수 시장은 남구의 기회를 거두었다. 이제 그보다 나은 미래를 무엇으로 만들 것인지 답하라"고 촉구했다.
부산 진보당 "중단은 당연한 결정"…박형준 전 시장 책임론 제기
반면 진보당 부산시당은 퐁피두 분관 건립 중단 결정을 적극 환영하며 사업을 추진했던 박형준 전 부산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진보당 부산시당은 14일 '퐁피두 중단 환영하며 적반하장 박형준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부산시가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건립을 중단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진보당은 "만약 퐁피두센터 건립이 무리하게 강행됐다면 막대한 혈세 낭비는 물론 불투명한 밀실 계약과 예속적 조항들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시정농단 사태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사업 중단을 비판한 박 전 시장을 향해 "자숙하고 시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한 박형준 전 시장이 '전임 시정 사업 폐기로 변화를 연출하려는 정치적 유혹' 운운하며 정치적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백지화 결정이 논란의 끝이 아닌 진상 규명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당은 "퐁피두센터 추진 과정에서의 밀실 행정과 예산 집행 내역을 낱낱이 밝혀 명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진상을 규명하고 교훈을 남겨야 부산의 문화정책이 시민과 예술인을 위해 실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형준·국민의힘 총공세…남구 시의원들 "예산 협조 못 해"
앞서 박형준 전 시장과 국민의힘 부산시당도 퐁피두 분관 백지화 결정을 '전임 시정 지우기'로 규정하며 전재수 시장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박 전 시장은 14일 입장문을 통해 "뒤집기로 부산의 미래는 없다"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없애는 데서 시정의 존재감을 찾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부산의 미래를 위한 정책적 판단보다 전임 시정과의 차별화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사업 중단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도 이번 결정을 '무책임한 문화 포기 선언'으로 규정하고, 환경과 재정 문제가 있다면 사업을 전면 철회할 것이 아니라 입지와 규모 조정, 계약 조건 개선 등을 우선 검토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남구 시·구의원들도 집단 반발에 나섰다. 박미순·조상진·성현달 부산시의원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퐁피두 분관 백지화 재검토를 촉구했다.
특히 성현달 시의원은 "전재수 시정은 자신들의 공약사업을 하기 위해 모든 분야의 예산을 자르고 있다"며 "앞으로 시의회는 예산과 관련해 협조할 수 없다. 전재수 시장과 시의회는 맞짱을 뜨겠다"고 경고했다.
조국혁신당·시민사회는 환영…문화정책 놓고 전선 확대
반면 조국혁신당 부산시당과 지역 문화예술·시민단체들은 퐁피두 분관 백지화를 시민사회의 성과로 평가하며 전재수 시장의 결정에 힘을 실었다.조국혁신당 부산시당은 "이번 결정은 밀실행정과 막대한 재정 부담, 지역 예술계 소외, 이기대 자연환경 훼손에 맞서 목소리를 높여온 시민사회와 지역 예술인들이 만들어낸 값진 성과"라고 밝혔다.
이어 박형준 전 시정의 문화행정을 독선적이고 불투명했다고 비판하며 해외 유명 문화시설 유치보다 지역 문화예술의 자생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 31개 문화예술·시민단체도 공동 성명을 통해 퐁피두 분관 건립과 라 스칼라 극장 초청 공연 중단을 환영했다.
이들 단체는 퐁피두 분관 건립비 1100억 원과 연간 운영비 125억 원 등 재정 부담과 자연환경 훼손 우려를 거론하며 "이번 결단은 멈춤이 아닌 방향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전재수 시장은 14일 3개월간의 숙의 과정을 거쳐 이기대 퐁피두 분관 건립과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라 스칼라 극장 초청 공연을 모두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환경 훼손 우려와 계약의 공공성 부족, 불확실한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들면서 북항 복합문화전시공간 조성과 기존 미술관 역량 강화 등 지역 중심 문화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세계적인 문화시설 유치를 통한 도시 경쟁력 강화와 행정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반면, 진보당과 조국혁신당 등은 재정 책임과 행정 투명성, 지역 문화예술의 자생력을 앞세우며 맞서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예산 심의와 연계한 강경 대응까지 예고하면서 퐁피두 분관 백지화를 둘러싼 여야의 충돌이 향후 부산시의 예산·정책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