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살해하고 도주한 70대 남편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피해자와 이혼 소송 준비 중이었던 그는 가정 폭력과 스토킹 행위 등으로 법원으로부터 스토킹 잠정조치를 받은 인물이다.
접근 금지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찾아간 남편은 남편은 비상 계단에서 대기한 후 아내의 퇴근 시간에 맞춰 집에 침입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퇴근하는 아내 기다렸다가 칩입…도주 하루만에 충남 서천서 검거
15일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70대)씨를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 13일 오후 5시 30분쯤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의 한 아파트에서 아내 B(70대)씨를 살해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A씨는 범행 이후 차량을 이용해 달아났다. A씨는 범행 당시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B씨가 귀가하길 기다린 후 문이 닫히기 직전에 침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범행 후 하루가 지난 14일 "지인이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B씨의 시신을 확인했고, A씨를 살인 용의자로 특정해 추적했다.
전국 경찰과의 공조 끝에 A씨는 충남 서천 장항면에서 긴급 체포됐다. A씨는 검거 당시 음독을 한 상태였다. 그의 생명엔 지장이 없으며 의식이 있는 상태로 도내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혼 준비하며 가정폭력 등 신고 8차례…스토킹 '고위험군' 분류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이혼 소송을 준비 중이었다. 소송을 준비하는 다툼을 하게된 A씨는 B씨의 자택을 찾아 현관문을 부수거나 전화를 하는 등의 행위를 반복했다.
이에 A씨는 B씨를 가정폭력 등의 내용으로 일곱 차례 신고했고, 경찰은 지난 5월 가정폭력 임시조치를 통해 A씨의 B씨를 대상으로하는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임시조치가 종료된 7월 이후에도 A씨는 B씨의 지인에게 연락을 하는 등의 행동을 이어갔고, 이에 B씨는 A씨의 행위가 임시조치를 위반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달라거나 귀갓길에 동행해달라는 신고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B씨가 A씨를 스토킹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B씨에게 수십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법원은 A씨에게 스토킹 잠정조치 1~3호를 내렸다. 잠정조치 1호는 스토킹 행위를 중단하라는 서면 경고, 2호는 피해자와 가족 주변 100m이내 접근 금지, 4호는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 연락 금지 결정이다.
경찰은 스토킹 피해가 접수됨에 따라 A씨를 모니터링 대상자인 '스토킹 고위험군 피의자'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었다.
'관리 대상' 피해자 연락 안 되는데 출동 안해…경찰 대응 미흡
A씨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한 경찰은 B씨에게 일주일에 한번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거나, 하루 두 차례 아파트 인근을 순찰하는 등 B씨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다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오후 5시 43분에 B씨는 담당 수사관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B씨의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가 집에 들어가는 장면을 확인한 경찰은 이 시간대에 B씨가 살해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후속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고, 하루 두 차례의 순찰도 B씨를 대면하고 이뤄지는 것이 아닌 아파트 인근을 배회한 후 복귀하는 형식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경찰이 B씨와의 연락이 되지 않은 직후에 민첩하게 대응했다면 B씨의 목숨을 구했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 관계자는 "연락이 되지 않았을 때 경찰이 출동하지 않은 것을 두고선 관할 서에 확인하겠다"며 "A씨는 구속 영장을 신청해 놓고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