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라질 잠실벌, 박해민이 남긴 또 하나의 '가을 전설'

박해민. LG 트윈스

2026시즌 포스트시즌을 끝으로 철거를 앞둔 서울 잠실구장의 마지막 페이지에 또 하나의 결정적 명장면이 새겨졌다.

LG 트윈스 중견수 박해민이 가을야구 무대에서 선보인 호수비 한 번이 팀을 준플레이오프(준PO)로 이끌었다.

LG는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라이벌 두산 베어스를 4-1로 꺾고 준PO 티켓을 거머쥐었다.

승부의 분수령은 7회초 수비였다. LG가 2-0으로 근소하게 앞선 7회초 1사 만루 위기에서 두산 양석환의 큼지막한 타구가 우중간 펜스를 향해 뻗어 나갔다. 장타로 연결될 경우 단숨에 역전까지 허용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때 박해민이 외야 잔디를 가르며 전력으로 질주해 공을 낚아챘다. 역전타가 될 뻔한 타구는 1점짜리 희생플라이로 둔갑했고, 박해민의 몸을 사리지 않는 포구 덕분에 리드를 지킨 LG는 승기를 굳혔다.

치밀한 수비 위치 선정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경기 후 박해민은 "양석환이 잡아당기는 유형이라 2스트라이크까지는 잡아당기는 위치에 서 있었고, 이후에는 좌중간 쪽에서 한두 발 나와서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처음부터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박해민. LG 트윈스

2012년 삼성 라이온즈 육성선수로 출발해 리그 최정상급 중견수로 도약한 박해민은 FA 이적 후 광활한 잠실벌을 완벽히 지배해 왔다. 외야 펜스 거리가 멀고 면적이 넓어 수비 부담이 큰 잠실구장이었지만, 박해민의 정교한 낙구 지점 포착과 폭발적인 주력은 오히려 그라운드를 좁아 보이게 만들었다. 이번 가을 역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허슬 플레이로 고별을 앞둔 홈구장에 값진 장면을 선물했다.

그라운드 위 투지 넘치는 플레이 속에서도 철저한 몸 관리는 빛을 발하고 있다. 박해민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던 2021년 10월 13일 KIA전부터 쉼 없이 달려 711경기 연속 출장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는 역대 1위 최태원(1009경기)에 이은 KBO리그 2위 기록이다. 최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으로 선출됐음에도 포스트시즌 집중을 위해 관련 입장 표명을 가을야구 뒤로 미룰 만큼 팀 승리에만 몰두하고 있다.

박해민과 LG의 다음 목표는 정규리그 막판 뼈아픈 패배를 안긴 KIA 타이거즈다. LG는 시즌 막판 3연전을 포함해 KIA전 7연패를 당하며 3위 수성에 실패, 4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설욕을 노리는 박해민은 "이젠 이길 때가 됐다"며 "좋은 분위기로 잠실구장으로 돌아오면 마음 편히 플레이할 여건이 된다. 이길 때가 됐다는 마음가짐으로 광주에 가겠다"고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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