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잘못엔 사정이 있고, 남의 잘못엔 악의가 있을까

'내로남불'과 판단의 변화…'왜 나는 항상 옳고 너는 그른가'
왜 우리는 갈수록 무례해지나…'존중 없는 사회'
손절보다 거리 두기…'오십, 삶은 여전히 당신 편이다'

북트리거 제공

▲트롤리 딜레마·정치 갈등·역사= 같은 행동을 보고도 누구는 옳다고 하고, 누구는 틀렸다고 한다. 내 잘못에는 이유가 있다고 여기면서도 남의 잘못에는 쉽게 악의를 읽어낸다. 그렇다면 인간의 도덕은 원래 이렇게 제멋대로인 걸까.

오둔 달의 '왜 나는 항상 옳고 너는 그른가'는 이 익숙한 질문을 도덕심리학의 시선으로 다시 묻는다. 저자는 인간의 도덕성을 단순히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것으로 설명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누구를 고려하며 무엇을 우선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고 본다.

책에는 트롤리 딜레마 같은 고전적 실험이 등장한다.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을 희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서, 구할 수 있는 사람이 5000명으로 늘어나면 판단도 달라진다. 같은 사람도 상황이 바뀌면 가치의 우선순위를 다시 조정한다는 것이다.

이 변화는 개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노예제와 성차별, 체벌처럼 과거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것들이 지금은 다른 기준으로 평가된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변덕이 아니라, 새로운 사실과 새로운 대상을 고려하면서 도덕적 판단이 움직인 결과로 본다.

흥미로운 대목은 저자 자신의 가족사다. 그는 한때 나치당에 가입했던 할아버지의 삶을 다시 추적하며, 그 선택을 이해하는 것과 용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고 말한다. 잘못을 판단하면서도 그 판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둔 달 지음 | 배동근 옮김 | 북트리거


간디서원 제공

▲성과 경쟁·SNS·알고리즘이 무너뜨린 관계의 질서= 사람들은 더 많이 연결돼 있는데 왜 더 외로워지고, 더 자주 소통하는데 왜 더 쉽게 서로를 모욕할까. 철학자 한병철의 '존중 없는 사회'는 그 원인을 현대사회의 경쟁과 디지털 문화에서 찾는다.

한병철이 주목하는 것은 '존중'의 붕괴다. 성과와 돈, 지위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사회에서는 존중마저 경쟁의 보상처럼 변한다. 모두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고 비교하면서, 타인은 협력할 사람이 아니라 앞서거나 뒤처지는 상대가 된다.

소셜미디어는 이 흐름을 더욱 거칠게 만든다. '좋아요'와 공유, 노출을 좇는 동안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과 사생활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를 하나의 인격보다 공격할 대상으로 보기 쉬워진다. 익명성과 알고리즘이 결합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뭉치고, 서로 다른 집단은 점점 멀어진다.

저자는 우리가 자유롭다고 믿는 디지털 환경 역시 새로운 통제의 공간이 됐다고 본다. 사용자는 자발적으로 클릭하고 공유하지만, 그 행동은 데이터가 되고 알고리즘은 다시 무엇을 보고 느낄지를 결정한다. 억압보다 매혹을 통해 작동하는 통제다.

정치와 공론장에서도 문제는 이어진다. 의견의 차이가 곧 정체성의 충돌로 번지면 상대는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적'이 된다. 한병철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려면 타인을 나와 다른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고, 거리를 두며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이 내놓는 대안은 거창한 혁명보다 '정중함'에 가깝다. 모든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미덕인 시대일수록, 오히려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거리와 형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우정과 존중에 기반한 정치의 출발점으로 본다.

한병철 지음 | 정창호 옮김 | 간디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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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때문에 지치기엔 아직 길다…오십 이후 관계는= 단체 채팅방 알림은 끊이지 않는데 정작 속내를 털어놓을 사람은 없다. 오래된 친구와는 대화가 겉돌고,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일은 피곤하다. 양창순의 '오십, 삶은 여전히 당신 편이다'는 오십 이후 달라지는 인간관계를 정면으로 다룬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로 잘 알려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창순은 젊을 때는 나를 지키기 위한 경계선이 중요했다면, 오십 이후에는 관계를 끊어내기보다 적당히 흘려보내는 유연함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은 사람에게 상처받았다고 모두 정리해버리면 결국 주변에 남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참고 견디라는 뜻도 아니다. 핵심은 '한쪽 눈을 감을 줄 아는 여유'와 '적정 거리'다. 미움과 분노에 계속 에너지를 쓰는 대신 내 마음을 지키는 쪽을 택하자는 것이다.

가족 관계 역시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본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기대를 눈치로 알아주길 바라기보다 서로 해줄 수 있는 것과 원하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또 하나는 혼자 있는 힘이다. 노후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나를 달래줄 많은 인맥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지나치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마음을 세울 수 있는 독립성이라는 것이다.

오십은 역할이 하나둘 줄어드는 시기이지만, 저자는 이를 상실보다 재정비의 시간으로 본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오래 견디지 못하는지 아는 나이인 만큼, 관계와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양창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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