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개발한 첫 국산 비만치료제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첫 4주 공급가가 10만원대 초반에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국내 시장에 이미 출시한 '위고비'의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고 나섰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을 둘러싼 가격 전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첫 달 공급가 10만원대…국산 에페 출전 임박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최근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의 용량별 공급가격과 유통가격을 책정했다. 첫 달 투약 비용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12만9800원, 두 번째 달은 22만8800원, 세 번째 달은 27만7200원, 네 번째 달부터는 29만9200원이다.첫 달은 2㎎과 4㎎ 용량을 각각 2펜씩 사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가격이 산정됐다. 2㎎ 2펜이 들어간 한 박스는 4만8400원, 4㎎ 2펜이 들어간 한 박스는 8만1400원이며 두 박스를 합친 첫 달 가격이 12만9800원이다. 6㎎부터는 한 박스에 4펜으로 구성된다. 6㎎은 22만8800원, 8㎎은 27만7200원, 10㎎은 29만9200원으로 책정됐다.
다만 한미약품은 "공급가는 환자가 실제로 처방받는 가격과는 다르며, 혼동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공급가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이 독자 플랫폼 기술로 개발한 에페는 국내에서 처음 허가된 국산 GLP-1 계열 비만치료제다.
외국 제품인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가 국내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에페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에페의 첫 달 투약분 공급가가 13만원 정도로 정해질 경우 최저 용량 기준 4주 공급가가 27만원 정도인 마운자로보다 53%, 21만원 수준인 위고비보다는 37% 저렴하다. 유지 단계에서도 각각 19%, 17% 저렴한 것으로 제시됐다. 경쟁사의 비만약보다 초기 투약 부담을 크게 낮추고 장기 복용 환자들의 부담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에페의 유통가격과 환자가 실제 약국에서 지불하는 가격은 차이가 날 수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에페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전문의약품으로,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의료기관 진료와 처방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새로운 비만 치료 선택지 제공이라는 에페 개발 취지에 맞게 환자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가격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에페는 이달 중 출시될 예정이다.
위고비, 에페·마운자로 공세에 '건보' 추진…"치료환경 개선"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첫 국산 비만치료제 출시가 임박한 가운데 노보 노디스크는 국내에서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건강보험 적용 추진으로 대응에 나섰다.
한국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고비에 대한 건강보험 요양급여 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위고비는 세마글루타이드를 주성분으로 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다. 고도 비만 환자를 비롯해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심혈관 질환 등을 동반한 과체중 환자의 체중 관리에도 사용할 수 있다.
노보 노디스크 관계자는 "위고비 출시 이후 많은 비만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번 신청도 그 연장선이며, 급여 검토 과정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국내에 출시될 당시 위고비 가격을 크게 내린 바 있다.
불붙은 비만약 가격 경쟁…"에페, 기존 치료제에도 영향줄 것"
위고비의 건보 급여 신청은 국내 후발 주자인 마운자로가 독주 체제를 갖추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에페 출시가 임박한 상황에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위고비와 마운자로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의료기관과 약국에 따라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에 차이가 있다.
위고비에 한국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국내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만, 실제로 적용이 이뤄질지 불확실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첫 국산 비만치료제인 에페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할 경우 기존 치료제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국산 비만치료제 출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산 신약과 외국 제품간 시장 쟁탈전이 격화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