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넘어 가족까지 타깃…"관계성 범죄, 가해자 관리로 가야"

장모·새 연인까지…관계성 범죄에 반복되는 주변인 피해
"관계 방해물로 인식"…가족·지인 향한 공격도 통제 수단
"피해자 아닌 가해자 관리로 전환"…고위험 가해자 통제 강화 목소리
전자장치 부착 인용률 30%대…위험도 따른 단계적 대응 필요

송파구 장모 살해 아내 납치 가해자 20대 중반 남성이 13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계성 범죄에서 비롯된 폭력이 당사자는 물론 가족이나 새로운 연인 등 주변인에게까지 향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계성 범죄 가해자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하면 주변인 역시 언제든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피해자와 주변인의 실질적인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위험 가해자에 대한 관리·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모·새 연인까지…관계성 범죄에 반복되는 주변인 피해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20대 남성 김모씨가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강제로 차량에 태워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아내는 생명에 지장 없는 상태로 발견됐지만, 병원으로 이송된 장모는 끝내 숨졌다. 김씨는 도주 끝에 강원도 양양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교제 상대와의 갈등이 주변인에 대한 공격으로 비화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24년 3월 경기 화성에서는 당시 26세였던 김레아가 자신과의 관계를 정리하러 찾아온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하고, 동행한 여자친구의 어머니에게도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지난 6월 충남 홍성에서는 50대 남성이 헤어진 여자친구의 애인을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전 여자친구가 새로운 남성을 만나는 데 배신감을 느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관계 방해물로 인식"…주변인 공격, 예외적 현상 아냐


전문가들은 관계성 범죄 가해자의 심리를 고려하면 주변인에 대한 공격은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가족이나 친구, 새 애인 등 주변인을 관계의 방해 요인으로 인식하거나 더 큰 고통을 주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해자가) 주변인들 때문에 둘의 관계가 틀어졌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피해자가 관계 단절을 요구하는 원인이 주변 사람들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해자가 주변인을 관계의 방해 요인으로 여기면서 교제 상대뿐 아니라 주변인에게도 강한 적개심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인을 공격하는 행위 자체가 교제 상대에게 더 큰 고통을 주거나 통제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가해자들에게 피해자 주변인에 대한 공격은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그 사람을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송파구에서 장모를 살해한 김씨 역시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가족을 해치겠다는 협박을 일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 역시 "경험상 이런 사건(관계성 범죄)에서 당사자와 주변인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괴롭히거나 통제하려는 의도로 주변인까지 공격하는 경우가 많다는 취지다

주변인에 대한 공격이 관계성 범죄의 심리적 특성에서 비롯될 수 있는 만큼, 잠재적인 피해 대상 역시 가족과 지인, 새로운 연인 등으로 광범위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피해자 아닌 가해자 관리해야"…보호·통제 체계 전환 필요


피해자 한 사람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거나 신변보호 조치를 제공하더라도 주변인에게까지 확대되는 위험을 모두 막기는 어렵다.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잠재적인 피해자 개개인을 보호하기보다 위험의 근원인 가해자 자체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윤호 교수는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것보다 가해자에게 전자발찌 채우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자원 배분의 초점이 피해자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에게 위험 회피 책임을 지우기보다 가해자의 추가 범행을 막는 데 정책적 판단과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송란희 대표 역시 "잠재적 피해자는 많지만 가해자는 보통 한 명이다. 피해자가 경찰에 구조 요청을 했을 때 가해자를 효과적으로 제재하는 게 제일 필요하다"며 고위험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에는 일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가해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유치하는 잠정조치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토킹범죄 잠정조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집핸 현황. 국회 입법조사처 제공
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신청한 전자장치 부착 잠정조치는 858건이었다. 이 가운데 법원이 인용한 건 318건으로, 인용률은 37.1%였다.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가해자를 유치하는 잠정조치도 1684건 신청됐지만, 법원은 이 가운데 587건을 인용해 인용률은 34.9%에 그쳤다.

고위험 가해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위험 수준에 따라 조치를 단계적으로 높이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해자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반복적인 위협이나 접근금지 위반 등이 확인되면 보다 강한 조치를 검토하는 단계적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위험성이 확인되면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 등 강화된 조치를 의무적으로 검토하도록 관련 법령이나 경찰 내부 지침을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조사관은 이어 "스토킹 행위자의 전자감독을 담당하는 보호관찰소와, 피해자 보호를 담당하는 경찰 사이의 정보 연계조차 충분하지 않다"면서 가해자의 위치정보와 위험경보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위험 상황에서 즉각 개입할 수 있는 전담 관리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해자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 등 통제 조치를 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실제 대응으로 연결하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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