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12시간씩 일을 하는 거예요."
직장인의 고된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가까운 친구들이었다. 2008년 당시 취업한 친구들이 하루의 절반을 일하는 데 쏟아붓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꼈단다.
티빙 시리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를 연출한 윤영빈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에 직장인의 애환을 담고 싶었던 배경을 전했다.
"대단하다고 느꼈던 것은 저는 혼자 일하다 보니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고 병원에 가야 하면 다녀올 수 있는데 직장인은 그럴 수 없잖아요."
이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해내야 하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아내고 싶었다"며 "직장인들의 무심한 삶과 그 안에 담긴 진정성에 감탄했고 이게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자기 일을 잘하는 사람을 좋아한다"며 "그래서 제가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도 좋아한다"고 웃었다.
윤 감독은 직장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을 빛과 어둠을 활용해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그는 "비토리오 스토라로라는 존경하는 촬영 감독님이 계시는데 그 분이 하셨던 말 중에 '정답을 가진 화면은 하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정서를 표현하기 위한 정확한 색과 앵글이 존재한다고 믿는 편이어서 정서에 맞게끔 색을 넣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 내부에도 의도를 담았다. 윤 감독은 "엘리베이터 안에 거울을 두지 않으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 공간 안에서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로비와 엘리베이터 내부의 색을 맞추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실과 다른 직장 생활을 표현했다가 지적받고 수정한 장면도 있다. 4회 초반 공은태(이준혁)가 홀로 사무실에 남아 야근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내레이션이 그 예다.
윤 감독은 "원래 '혼자 회사에 남아 있는 걸 좋아한다'는 내레이션이었다"며 "저는 사무실 생활을 많이 하지 않다 보니 작품을 준비할 때 스태프들이 퇴근하고 난 뒤 혼자 남아 있으면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대본을 본 제작사 분들이 빵 터지시며 '지독한 판타지'라고 하시더라"고 웃었다.
"화내는 공은태? 韓 드라마에 없었던 장면 만들어보고 싶었죠"
연출의 중심에는 인물의 감정이 있었다. 윤 감독은 "액션 신을 찍을 때도 동작자체보다는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의 표정과 감정에 관심이 있다"며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를 마주한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고민은 6회 공은태와 양준호(서현우)가 브랜드 라크네스 측과 협상을 하는 장면에서 드러난다.
"정보를 빨리 전달해야 하는 장면이라 자칫 지루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재미있게 전달하고 싶어서 협상하는 과정에서 다리를 떠는 장면을 추가했죠.(웃음)"
이밖에 인물이 과거를 오고 가는 장면을 넣고, 10회에서는 속기사를 등장시키는 등 재치를 더했다.
또, 2회에서 공은태에 혼나 넋이 나가 있는 양준호 머리 위에 천사 링을 얹었으며 특정 회차 제목을 표현할 때는 로또를 연상시키는 색을 활용하는 등 곳곳에 장치를 배치했다.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팀장 공은태가 처음으로 팀원인 양준호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윤 감독은 "한국 드라마사에서 없었던 장면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욕설은 하되 저급하거나 반감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당성도 확실해야 했다. 시원하게 화를 지를 수 있으면서도 현실에서는 해보지 못하는 걸 드라마가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배우 캐스팅에도 공을 들였다. 윤 감독은 "제가 가장 많은 배우를 본 사람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오디션을 많이 봤다"며 "제 기억에 300명 정도 본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어 "시청자분들이 배우를 보면 전 작품을 생각하기 때문에 신인분들 위주로 많이 봤고 연기력과 기본기 또한 제일 중요했다"고 밝혔다.
매회차 말미에는 쿠키 영상을 제작하며 조연들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부각했다.
윤 감독은 "처음 대본을 썼을 때는 쿠키 영상이 없었다"며 "OTT고 시간 제약이 없다 보니까 조연들이 주역이 되는 신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고 강조했다.
"이준혁·서현우, 같이 나오는 배우들 잘 드러나도록 고민해"
함께 작품을 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전했다. 윤 감독은 이준혁에 대해 "모든 작품에서 늘 적확한 연기를 하더라"며 "이준혁 씨가 중심을 잡고 주변 배우들이 날아다녀야 하는 작품이었는데 그 의도를 잘 이해해주셨다"고 감탄했다.
서현우에 대해서도 "이준혁 씨와 함께 같이 나오는 배우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잘 드러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더라"고 말했다. 하율리에 대해서는 "귀여운 모습과 세련된 모습을 모두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작품 비하인드도 전했다. 6회에서 영업5팀 인물들이 박기태(홍진기)를 둘러싸고 꿀밤을 놓는 장면은 배우들의 애드리브로 완성됐다. 실제로 놀라거나 웃음을 참지 못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겼다.
윤 감독은 "이런 설정이라고만 얘기했다"며 "배우들이 알아서 여러가지를 맞춰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 중 등장하는 이탈리아 장면은 충북 단양에서 촬영했고 후에 색 보정을 했다"며 "9회에 원래 스폰자가 한국에 오는 거였는데 이준혁 씨가 중요한 정서이니 한국 사람이 오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줘서 윤세아 선배를 캐스팅 하게 됐다"이라고 덧붙였다.
작품 공개 후 주변의 반응도 전했다.
"전작인 영화 '강릉'(2021)을 촬영했을 때는 '나는 재미있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이번에는 다들 '너무 잘 봤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죠. 아이와 같이 볼 수 있어 좋았다는 말을 들으니까 좋더라고요. 감사하죠.(웃음)"
끝으로 윤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계약직부터 관리직, 팀장 등 다양한 인물이 나오면서 시청자들이 이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각자가 자기 일의 가치를 깨닫고 열심히 살아간다면 더 재미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 10부작으로 구성된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공개 5주차까지 4주 연속 티빙 주말 구독 기여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주간 구독 기여 역시 1위를 이어가며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