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압박에도 러시아 정유 시설 공격을 재개했다.
16일 외신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15일(이하 현지 날짜) 모스크바 남동쪽 라쟌 지역의 정유 시설을 타격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 업체 '로스네프트'가 소유한 해당 시설은 러시아 전체 정유 처리량의 약 5%를 담당하고 있다.
라쟌 지역 당국자들도 해당 정유 시설이 드론 69대와 플라밍고 순항미사일 4발의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로 전날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유 시설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공언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지난 11일 미국 내 경유 가격 안정이 시급한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이른바 '에너지 휴전'을 발표한 이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에너지 부문 공격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기간에도 우크라이나 발전소 등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러시아는 놔둔 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만 가중했다는 게 젤렌스키 주장이다.
트럼프는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경유 거래'를 성사시키며 대러시아 제재를 일부 완화한 데 이어 '러시아 동결 자산 일부 해제'까지 유럽 측에 제안했다.
젤렌스키는 특히 미국이 군사적으로도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미국에서 사전 경고를 받지 못했고, '스타실드'에는 속도 제한이 걸리면서 드론 공격 등 대러시아 군사 작전에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는 FT 인터뷰에서 "스타실드 장애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미국 측의 의도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달 중간선거 승리가 절실한 트럼프에게 긴요한 과제였던 에너지 휴전을 젤렌스키가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압박 강도가 한층 노골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은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악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트럼프는 지난 10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할 때가 됐다"며 사실상 젤렌스키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