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의 희생과 자부담에 의존해 온 멸종위기종 보전사업의 구조적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재차 지적된 데 이어 강원도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원CBS 기획보도 '멸종위기종 보전사업의 멸종위기'를 계기로 국가 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뿐 아니라 강원도가 보전사업의 공백을 막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김영숙(횡성2) 의원은 16일 열린 제349회 제5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멸종위기종 보전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강원도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김 도의원은 이날 '강원특별자치도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횡성군 갑천면에 위치한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사례로 들며 민간 서식지외보전기관이 처한 현실을 설명했다.
연구소는 지난 2005년 환경부로부터 서식지외보전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붉은점모시나비와 물장군, 애기뿔소똥구리 등 멸종위기종의 연구와 보전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보조금 문제로 형사재판을 받은 데 이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로, 보조금 지원까지 중단되면서 보전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김 의원은 "멸종위기종의 복원에는 막대한 예산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생물다양성 보전은 민간의 선의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공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행 법률과 지원체계가 민간기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서식지외보전기관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보전사업에서는 국가와 민간이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가 장기간 유지돼 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보조금이 사업 운영 이후 지급되는 데다 멸종위기종의 포획과 거래가 엄격하게 제한돼 민간기관이 자체적인 수익을 창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국비가 늘면 자부담도 함께 늘어나고, 보조금 역시 '선 운영, 후 지급' 방식으로 지급되고 있다"며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비용은 민간의 헌신과 희생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원지역 민간 보전기관의 재정 부담 문제도 제기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전국 28개 서식지외보전기관 가운데 6곳이 강원도에 있다.
이 중 민간단체 또는 협회 등으로 운영되고 있는 3개 기관은 운영비 전액을 공공재원으로 충당하는 나머지 곳과 달리 국비 50%와 광역 및 시도 지자체로부터 각 10%를 지원받더라도 나머지 30%를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김 의원은 "강원도가 일부 지원하고 있지만 같은 보전 업무를 수행하면서 민간기관만 30%의 부담을 떠안는 구조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원도가 국가 차원의 제도 개선을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보전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진행 중인 제도 개선 연구에 도내 보전기관과 현장 전문가 의견 반영 △도내 민간 보전기관 운영실태 파악 및 보완적 지원 방안 마련 △도의회의 지속적인 점검과 제도 개선·예산 확대를 위한 정책건의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김 의원은 "이제는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에 기대는 보전정책이 아니라 공공의 책임과 제도가 그 헌신을 지탱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며 "강원특별자치도가 그 변화의 시작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지난 7월 입장문을 내고 생물다양성 보전 중요성 확대에 따른 국가와 지방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전날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멸종위기종 보전사업의 구조적 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재차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의 사례를 언급하며 민간기관에 사업비 절반을 부담시키는 지원 구조와 수개월씩 지연되는 보조금 지급 문제를 집중 질타했다.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도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1년이 지나도록 지원 구조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이에 이채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국가도 많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강원CBS는 지난 7월 20일~22일자 기획보도 '멸종위기종 보전사업의 멸종위기'를 통해 이강운 소장의 사례를 중심으로 국가가 수행해야 할 멸종위기종 보전사업을 민간기관이 장기간 떠맡아 온 현실과 자부담 구조, 보조금 지급 지연 등 제도적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보도 이후 전국 시민·환경·노동단체들이 국가책임제 도입을 촉구하는 전국시민연대를 발족하고, 학계에서도 제도 개선 논의가 추진되는 등 사회적 관심이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정감사에 이어 강원도의회에서도 지방정부 차원의 보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인 지원체계 개선에 나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