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안방과 원정을 오가며 치른 가을 야구 무대에서 1승도 챙기지 못한 채 씁쓸하게 발길을 돌렸다.
다저스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에서 펼쳐진 2026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에 4-6으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4전 전패로 허탈하게 탈락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고, 밀워키는 1982년 이후 44년 만에 챔피언 결정전 무대를 밟게 됐다.
승부처는 2회였다. 무릎과 팔꿈치 통증을 안고 경기에 나선 오타니 쇼헤이가 2회초 호쾌한 우월 3점 아치를 그리며 그라운드를 뒤흔들었다. 타구를 확인한 오타니는 평소의 침착함 대신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그러나 이후 다저스 타선이 침묵에 빠진 사이 마운드가 흔들리며 끝내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경기 후 다저스 사령탑과 선수단은 부상 투혼을 펼친 오타니를 감싸 안으며 상대의 완승을 깨끗하게 인정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오타니가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을 향해 감정을 드러낸 것은 그동안 억눌렸던 분노와 좌절감이 표출된 것"이라며 "최근 2~3개월 동안 만들어 낸 타구 중 가장 좋았다. 그런 감정을 드러낸 것은 그가 얼마나 승리를 원하고 팀을 아끼는지 보여준다. 그 역시 사람이다"라고 감쌌다.
이어 로버츠 감독은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지만 현재 완전히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 100%의 몸 상태가 아님에도 도망치지 않고 경기에 출전하려 한 그를 깊이 존경한다"면서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은 특정 선수 한 명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나는 언제나 오타니를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는 건 늘 기분 나쁘지만, 완벽하게 패배했을 때는 오히려 받아들이기 수월하다"며 "아무리 철저히 준비하고 간절히 원해도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것이 바로 스포츠의 묘미"라고 시리즈를 돌아봤다.
이번 시리즈 내내 득점권 43타수 5안타로 침묵한 타선도 자책을 감추지 못했다. 무키 베츠는 "우리는 많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결과를 내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고, 프레디 프리먼은 "밀워키가 훌륭한 야구를 했다.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정말 잘했다"고 상대를 예우했다.
맥스 먼시는 "3년 연속 그라운드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마침내 기차의 동력이 다 떨어진 것 같다"고 피로감을 전했고, 태릭 스쿠벌은 "지난 2년 다저스의 행보를 보면 우승이 쉬워 보이지만, 월드시리즈 정상에 서는 것은 야구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적장인 팻 머피 밀워키 감독 역시 승리의 순간 속에서도 오타니의 위압감을 높이 샀다. 머피 감독은 "오타니는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 최고의 선수다. 지난해 우리를 상대로 개인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기를 펼쳤던 선수"라며 2회 피홈런 순간을 두고 "우리가 거인을 깨운 줄 알았다. 속으로 '큰일 났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이후 등판한 조조 로메로와 에런 애슈비 등 우리 불펜진이 위기를 틀어막으며 제 역할을 해줬다. 그것이 승리의 비결"이라며 마운드의 힘을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