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의 첫 관문을 넘은 LG 트윈스의 시선이 오직 한 사람에게 쏠리고 있다. 바로 준플레이오프 맞대결 상대인 KIA 타이거즈의 핵심 타자 김도영이다.
LG는 지난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도 잠시, 선수단 내부에서는 정규시즌 3위로 기다리고 있는 KIA의 간판타자 김도영을 향한 경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양 팀의 질긴 악연은 불과 며칠 전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절정에 달했다. LG는 지난 1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3위 결정전에서 2-2로 팽팽하던 8회 말, 김도영에게 뼈아픈 결승 2점 홈런을 헌납하며 눈앞에서 3위 자리를 넘겨줬다. 이 한 방으로 김도영은 시즌 45번째 아치를 그리며 홈런왕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김도영의 파괴력은 기록으로 입증된다. 올 시즌 13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5, 45홈런, 118타점을 몰아친 김도영은 팀 내 타율, 홈런, 타점, 득점, OPS 등 도루를 제외한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1위를 석권했다.
또 리그 전체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1위를 질주하며 강력한 정규시즌 MVP 후보로도 떠올랐다. 정규시즌 LG전 타율은 0.208에 그쳤으나, 홈런 4방과 볼넷 12개, 12타점을 묶어 결정적인 순간마다 LG 마운드를 흔들었다.
LG 사령탑 역시 김도영 봉쇄를 가을 승부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았다. 염경엽 LG 감독은 "올해 KIA와 마지막까지 승부를 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김)도영이에게 다 맞았다. 이번 초점은 도영이를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정규시즌 내내 선의의 홈런포 경쟁을 펼쳤던 LG 외인 타자 오스틴 딘은 "김도영도 홈런왕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무조건 칭찬해야 한다"며 "지금 젊은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고 있고 이미 슈퍼스타이지만 앞으로 더 큰 스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상대를 치켜세웠다.
다만 승부의 세계 앞에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스틴은 "포스트시즌은 가을야구와 다르다. 정규시즌과 상관은 없다"며 "가을야구에서는 좋은 팀원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 충실하게 잘하고 팀이 승리할 수 있는데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환상적인 호수비로 승리를 지탱한 베테랑 외야수 박해민은 특정 선수에게 매몰되지 않는 단단한 팀플레이를 역설했다. 박해민은 "야구는 9명이 하는 스포츠이다. 김도영이 정말 뛰어나고 영향력이 있는 선수이긴 하지만, 김도영 한 명만을 막는다고 우리의 승률이 올라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김도영을 의식하기 보다는 KIA와 상대하는 마음가짐으로 광주를 가야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경계심을 다잡았다.
KIA의 화력 중심에 자리 잡은 김도영의 배트를 LG 배터리가 어떻게 제어하느냐에 따라 플레이오프행 티켓의 주인공이 갈릴 전망이다. 벼랑 끝 승부를 앞둔 광주의 밤이 김도영이라는 화두를 안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