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부마민주항쟁 47주년을 맞은 16일 부산에 나란히 집결하며 여권의 부산·울산·경남(PK) 민심 공략에 속도를 냈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부마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을 한목소리로 약속한 데 이어, 북극항로와 북항 돔 아레나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의지를 밝히면서 부산의 민주화 역사와 미래 발전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부각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 13일 부산을 찾은 지 사흘 만에 김 대표가 다시 부산을 방문해 주말까지 사흘간 민생 행보를 이어간다는 점에서 여권의 PK 공략이 장기적인 정치 전략으로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2028년 총선의 핵심 승부처로 지목한 '낙동강 전선'에서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을 발판으로 지역 정치 지형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마항쟁 47주년…대통령·여당 대표 나란히 "헌법 전문 수록"
김민석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 동구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김 대표는 "민주당은 민주 성지 부산에서 최고위원회를 열면서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뿐 아니라 부마민주항쟁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도 "유신독재에 용감히 맞섰던 부산과 마산 시민께 깊은 존경을 표한다"며 "민주당은 5·18 민주화운동과 함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탱해 온 부마민주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고,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후 2시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47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헌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회에 조속한 논의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부마민주항쟁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의 위대한 이정표 중 하나"라며 "부마의 함성과 정신은 1980년 5월 광주로,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촛불 혁명과 12·3 빛의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부마항쟁과 광주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담아내는 일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민 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우리 국민들의 피어린 역사를 잊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부마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과 관련해 여야의 공감대를 언급하며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잇따라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향후 개헌 논의에서 부마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특히 여권이 부산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부각하는 동시에 헌법 전문 수록이라는 구체적인 정치적 과제를 제시하면서 부산의 역사적 정체성과 민주주의 계승을 연결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평가다.
"부산이 돔 외치면 민주당은 도움"…전재수 시정 지원 본격화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부산의 미래 발전을 위한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해양수도 부산을 완성하겠다"며 북극항로 개척과 부산항의 역할 확대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연내 북극항로특별법과 북극항로위원회 출범을 추진하고 관련 후속 과제도 챙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재수 부산시장이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북항 돔 아레나에 대해서는 지역의 문화·관광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거점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김 대표는 "북항의 부캉이를 보면서 '돔돔돔' 하고 새로운 응원 구호를 만들자고 제안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 부산 돔을 외치면 민주당은 도움으로 답하는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부산시당 관계자들은 "북항 돔, 부산 도움"이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기도 했다.
부산의 지역 현안을 중앙당의 적극적인 지원과 연결하는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한 셈이다.
박홍배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도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철도·항공 관련 공공기관의 부산 이전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지도부의 관심을 요청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부산항만공사 항만안내선에 올라 부산항 물류 현장을 둘러보고 북극항로 거점 항만 육성을 위한 관계자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는 지난 13일 이 대통령이 부산을 찾아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마친 팬스타 아크로호 귀항 환영식과 HMM 부산 본사 제막식에 참석하며 해양수도 육성 의지를 강조한 데 이은 행보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기능 강화와 동남권투자공사 추진 등을 거론하며 부산을 해양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통령이 정부 차원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 데 이어 여당 지도부가 지역 현장을 직접 방문해 관련 입법과 사업 지원을 챙기는 모양새다.
특히 북항 돔 아레나가 전재수 시장의 핵심 공약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도부 방문은 전재수 시정에 중앙당이 힘을 싣는 정치적 의미도 갖는다.
토요일 자갈치·북항, 일요일 구청장 간담회…사흘간 부산 밀착
김 대표의 부산 일정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참석에 그치지 않고 주말까지 이어진다.17일 오전 11시에는 부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자갈치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예정이다.
이어 오후 1시 30분에는 북항 돔 아레나 조성 예정지를 찾아 부산시 관계자로부터 사업 추진 상황을 보고받고 현장을 시찰한다.
북항 돔 아레나가 부산시의 대규모 핵심 사업인 만큼 중앙당 지도부의 현장 방문을 계기로 사업 추진에 대한 지원 방안이 구체화할지도 관심사다.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2시에는 민주당 소속 부산지역 기초단체장 7명과 간담회를 열어 지역별 현안과 민심을 청취할 계획이다.
김 대표가 사흘 동안 부산에 머물며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현장부터 항만 물류 현장, 전통시장과 지역 행정 책임자들까지 폭넓게 접촉하는 것은 부산 현안을 중앙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민주당 유튜브 방송에서 앞으로 2주마다 부산을 찾아 2박 3일 이상 머물겠다는 구상도 밝힌 바 있다.
지난 3일 부산 청년들과 간담회를 가진 지 약 2주 만에 다시 부산을 찾은 것으로, 일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고 지역 민심을 지속적으로 살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한편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으로 전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현장 시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한 비판도 나왔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영화에 대한 정치적 이견을 이유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할 책무마저 저버린 국민의힘에 유감을 표한다"며 "정치가 문화예술을 위축시키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민희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힘이 영화의 역사 왜곡 논란을 제기하고 국정감사 현장 시찰에 불참한 것을 두고 시대착오적인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총선 승부처는 낙동강"…지역구 의원 0명 부산서 장기 승부수
민주당의 잇따른 부산 방문은 2028년 총선을 겨냥한 장기적인 PK 공략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김 대표는 최근 차기 총선의 주요 승부처가 수도권이 아닌 '낙동강 전선'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거듭 드러내며 부산과 경남 지역에 대한 당 차원의 관심을 강조해 왔다.
현재 부산은 전재수 의원이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당선되면서 민주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부산시장 선거에서 확보한 지방권력의 교두보를 국회의원 선거로 확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화 과정에서 부산과 광주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하며 부산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부산과 광주를 "대한민국 남부의 양대 기둥 같은 지역"이라고 표현하면서 앞으로도 부산을 자주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통적으로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여온 부산에서 민주당의 존재감을 높이고, 전재수 시정과 중앙당의 협력을 통해 지역 유권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부산은 낙동강을 중심으로 경남과 연결되는 정치적·지리적 특성을 지닌 만큼, 부산에서의 지지 기반 확대는 민주당의 동남권 전체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이번 방문에서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을 앞세운 것은 부산의 민주화 역사와 정치적 정체성에 주목한 행보라면, 북극항로와 북항 돔 아레나 등 지역 현안을 챙기는 것은 경제·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부산 방문 사흘 만에 민주당 지도부와 대통령이 다시 총출동하면서 청와대 중앙당, 부산시정이 지역 현안을 중심으로 보조를 맞추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여권의 잇따른 부산 방문이 실제 지역 발전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북극항로 거점 항만 육성, 북항 돔 아레나 조성 등은 대규모 재정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정치적 지원 약속을 넘어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재원 확보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이 내세운 부산의 민주화 정신 계승과 지역 발전이라는 두 의제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PK 민심 공략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