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의 토대가 된 CJ대한통운 사건 판정을 대법원이 뒤집은 데 대해 "대법원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1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중노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CJ대한통운 사건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대법원 판결은 존중한다"면서도 이같이 답했다.
이 발언을 두고 대법원과 이재명 정부의 긴장 관계가 판결에도 작용했다는 취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과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직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 등으로 악연이 깊은 데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을 놓고 반년 넘게 갈등을 이어왔다. 현직 노동위원장이 대법원 판결의 배경으로 법원 안팎의 사정을 거론한 셈이다.
변호사 출신의 노동법 학자이자 교수 출신인 박 위원장은 2021년 중노위원장으로 재직하며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했다.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원청이 하청 노동자와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 전까지 대법원은 원청과 하청 조합원 사이에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있어야 단체교섭상 사용자로 인정해왔다. 중노위의 새로운 판정은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에서도 유지됐지만, 대법원은 지난 7월 직접 고용 관계가 없는 만큼 교섭 의무가 없다며 CJ대한통운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중노위 판정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넓힌 노란봉투법의 이론적 토대가 됐고, 고용노동부의 해석 지침 역시 이 사건 판정 논리에 기대고 있는데, 대법원이 이를 뒤집으면서 법 개정의 근거 자체가 흔들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박 위원장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통폐합에 대해서는 정부가 노란봉투법상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이 "근로조건 대대적 변동을 동반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통폐합은 노조법상 교섭 대상이 맞나"라고 묻자, 박 위원장은 "의원님이 파악한 게 맞다고 본다"고 답했다. 근로조건 변동 없이 이전·통폐합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어렵다. 안 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정부가 공공기관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인지를 두고는 "이론적으로는 맞다"면서도 "사안에 따라서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이행만으로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김영훈 노동부 장관의 발언과 중노위 판단이 모순된다는 지적에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노동부 지침을 근거로 판단하기 때문에 노동부와 생각이 다르다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사용자성 인정을 우려해 구내식당이나 통근버스 운영을 주저한다는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의 지적에는 "기업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공법상 의무에 다른 근거 등이 더해져 단체교섭 대상을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박 위원장이 노란봉투법 관련 재심 사건의 82%에 직접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선례도 없고 어려운 사건이라 위원장과 상임위원, 두 사람이 같이 들어가서 초반 3개월 동안 틀을 잡자는 취지였다"며 "8월 중순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판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 위원장은 노조법 관련 사건이 420건가량 늘었다며, 올해 외부 변호사 선임 예산 2억 2500만 원이 이미 소진된 것도 "노란봉투법 때문에 빨리 고갈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거리 투쟁 대신 제도권에서 분쟁을 제기한다면 법 취지에 맞다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