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CBS 정책부 양형욱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양형욱> 안녕하세요. 오늘은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소식은요, '위험해서, 불편해서 가로수들 베어야 할까'. 요즘 제가 사는 서울 이문동에는 노랗게 단풍이 들었는데요. 교수님은 올 가을에 단풍놀이 가시나요?
◆ 홍종호> 그건 아직 당장 계획은 없는데 지난주에 연휴 동안에 여기 북한산 한 세 시간 산행은 한번 했습니다.
◇ 양형욱> 북한산도 너무 좋죠. 그래서 단풍도 좋은데 떨어지는 낙엽, 또 열매도 조심해야 하는 계절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 가을 풍경을 아름답게 해주는 가로수들이 벌목 위기에 놓였다고 해요. 어떤 동네에서는 100년 넘은 플라타너스가 강풍에 쓰러질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또 어떤 동네에서는 냄새가 나서 불편하다는 민원 때문에 은행나무 수백 그루가 베어질 처지인데요. 오늘은 이 사연을 자세히 짚어보려고 합니다.
◆ 홍종호> 아, 냄새가 나서 불편하다. 그 은행나무는 열매도 먹는 건데도 그러네요. 자, 가로수 특집이네요. 한번 얘기 좀 해주세요. 직접 현장 취재하신 것 같아요. 그렇죠?
◇ 양형욱> 네, 먼저 플라타너스 얘기부터 해볼 텐데요. 경복궁 서촌 유명한 돌담길을 따라가면 그 길이 효자로 가을 단풍길이거든요. 그래서 은행나무랑 플라타너스가 뒤섞여서 가족이나 연인들이 봄이나 가을에 많이 찾는데.
◆ 홍종호> 맞아요. 저도 가봤어요, 이 지역은.
◇ 양형욱> 그래서 요즘에는요, 러너들, 달리기를 좋아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경복궁 주변을 강아지 모양으로 뛴다 그래서 댕댕런 코스로도 유명합니다.
◆ 홍종호> 참 재밌네요.
◇ 양형욱> 네, 근데 이 코스의 경복궁 영추문 건너편에 100년 넘은 길쭉한 플라타너스가 있어요. 어른 두 명이 팔을 둘러야 겨우 안을 수 있을 만큼 굵은 나무인데요. 근데 종로구청이 이 나무를 포함해서 효자로에 있는 플라타너스 세 그루를 지난 5일 안전상 이유로 베어내려고 했습니다. 강풍이 불면 나무가 쓰러질 위험이 있다는 건데요. 제가 예정일로부터 한 사흘 전쯤에 현장에 가봤는데 나무 밑둥이 깊게 검게 썩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구청은 일정을 미뤘습니다.
◆ 홍종호> 아, 이거 왜 미룬 거죠?
◇ 양형욱>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벌목 결정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구청이 일방적으로 이렇게 통과하면 어떻게 하냐', '전문가와 지역 주민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달라', 이렇게 반발이 나왔고요. 구청도 '주민들에게 알리는 시간이 부족했다', '올해 태풍이 서울에 영향을 줄 우려는 낮으니까 연기했다' 이러면서 벌목 연기를 결정했습니다.
◆ 홍종호> 아, 그런 식의 요구에 대해서 반응을 보였네요.
◇ 양형욱> 네, 반응을 보여서 원래 5일에 벌목을 하려고 했는데 연기가 된 거죠. 근데 벌목 결정을 철회한 건 아닌데요. 구청은 저희가 물어보니까 전문가 진단 기준을 최우선해야 하는 사안이라서 벌목 여부를 주민 의견만으로는 조정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벌목을 할 수 있다는 취지죠.
◆ 홍종호> 아, 철회는 아니고 연기다, 그런 거겠네요.
◇ 양형욱> 네. 나무 내부가 심하게 썩어서 제거가 불가피하다는 게 구청 입장이었습니다.
◆ 홍종호> 그게 사실이라면 22m가 넘는 나무가 만약에 강풍에 썩어서 쓰러진다는 건 보행자 또는 주택이 굉장한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요.
◇ 양형욱> 네. 그런데 취재를 해보니까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 홍종호> 네, 말씀해주세요.
◇ 양형욱> 네, 그래서 똑같은 나무에 대해서 각 병원마다 진단 결과가 들쭉날쭉했다는 건데요. 종로구가 지난 7월에 효자로 가로수를 눈으로 먼저 조사를 했대요. 그래서 상태가 나쁜 나무들을 골라내고 그 다음에 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내부를 들여다보는 비파괴 정밀진단이라는 걸 진행했습니다. 이때 위험 판정을 받았던 게 플라타너스 여섯 그루였는데, 플라타너스 중에서요. 이 가운데 가장 위험한 E등급 두 그루는 8월에 이미 제거가 됐고요.
◆ 홍종호> 아, 제거를 했어요?
◇ 양형욱> 네. 나머지 한 단계 낮은 D등급 네 그루는 9월에 다른 나무 병원에 맡겨서 2차 진단을 했습니다. 진단서를 보니까요, 예상 결함 면적 비율이라고 나오는데요. 줄기 단면에서 썩거나 비어있는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근데 1차 진단에서는 32%, 34%였던 두 그루가 2차 진단에서는 45%, 42%로 뛰었습니다. 반대로 청와대 사랑채 앞 플라타너스는 1차 때는 D등급을 받았는데 재진단에서는 35%로 C등급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두 달 만에 앞서 말씀드렸던 두 그루와 청와대 앞의 나무의 운명이 바뀐 거죠.
◆ 홍종호> 그러니까 이거는 잘라내지 않는다는 얘기군요.
◇ 양형욱> 네. 청와대 앞의 나무는 잘라내지 않고 두 그루를 자르고, 아까 앞에 말씀드렸던 영추문 건너편에 있는 나무도 자르는, 그래서 세 그루인데요. 이 자료들은 서울환경연합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서 구청에게 받았던 것들이고요. 그러니까 환경단체는 '진단 결과에 따른 벌목 결정을 신뢰할 수 없다', 이렇게 주장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종로구에 왜 이렇게 차이가 나냐 물어봤더니 '나무 한 단면을 잰 값이라서 측정 위치에 따라서 그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기울기, 무게중심, 뿌리 상태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물론 두 달 새 나무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을 수는 있겠죠. 그런데 같은 장소에서 한 그루만 진단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는 게 의구심이 듭니다.
◆ 홍종호> 그러면 진단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뭔가 일관성이 없다, 이런 식의 지적이 가능하겠어요.
◇ 양형욱> 네. 그래서 저도 나무 전문가들, 다른 분들께 물어봤습니다. 전문가들 말이 이 자료만으로는 세 그루를 베어야 한다고 단정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합니다.
◆ 홍종호> 아, 그렇군요.
◇ 양형욱> 네. 국제수목관리협회 TRAQ(수목 위험 평가 자격)라는 평가가 있는데, 이 평가는 수목이 사람이나 시설에 피해를 줄 가능성을 평가하는 국제적인 절차라고 해요. 여기서는 줄기 결함만 보지 않고 나무가 부러지거나 쓰러질 가능성, 그리고 그 나무 밑을 지나가는 사람과 차량의 규모, 그리고 위험을 줄이는 조치를 하고 나서 남겨질 위험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합니다. 특히 100년이 넘은 노후 가로수는 일단 한번 베면 다시 되돌릴 수가 없잖아요.
◆ 홍종호> 그렇죠, 불가역적이죠.
◇ 양형욱> 네, 그래서 벌목하냐 마냐 이렇게 접근하기보다는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효자로의 경관을 지킬 순 없을까? 이걸 미래 세대에 물려줄 순 없을까 이렇게까지 넓혀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 홍종호> 양 기자 취재한 내용을 보니까 벌목하기 전에 과연 충분한 조치를 취했는가, 진단을 정확하게 했는가, 이게 관건이겠어요.
◇ 양형욱> 네. 그래서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해보니까 그 세 그루 모두 좁은 식재대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 위를 걸어봤더니.
◆ 홍종호> 아, 직접 현장 가서 봤군요, 이 나무들.
◇ 양형욱> 네네, 제가 자를 들고 갈 순 없으니까. 딱 다섯 걸음 나왔거든요. 근데 제 발 사이즈가 260mm예요. TMI인데 그러면 폭이 1.3m에 불과한 거거든요. 그러니까 생육 공간이 너무 좁으면 가지가 길고 연약하게 자란다고 해요. 그러니까 전문가들도 나무를 베지 않고 살리려면 일단 이 식재대 주변 2~3m, 보도블록과 자동차들이 지나는 아스팔트를 걷어내야 한다 하더라고요.
◆ 홍종호> 생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된다 이런 얘기군요.
◇ 양형욱> 지금은 딱딱한 아스팔트에 갇혀 있는 거죠. 그래서 격자무늬로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철판 같은 거를.
◆ 홍종호> 어떤 건지 알아요.
◇ 양형욱> 예, 그걸 올리고 그 밑에 자갈이나 흙 같은 거를 깔아서 보행이나 자동차 운행은 유지하고 물이나 이런 것들은 그 밑으로 나무뿌리로 스며들 수 있게 하는 방식인 거죠. 그런데 구청이 보도가 좁고 통행이 많아서 지지대 이런 보조 시설은 사실상 설치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 비용 문제도 있을 거고요. 또 나무 윗부분을 줄여서 가지를 쳐가지고 무게를 줄이는 방법도 있는데요. 구청은 이와 관련해서도 윗부분을 크게 줄이면 가로수 기능을 해친다, 그리고 또 다른 부패를 부를 수 있다 이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아쉬운 게 남기기로 한 사랑채 나무 있잖아요. 그거는 내년 1월부터 가지를 솎아내는 작업을 한다고 해요. 그러면 벌목 대상인 나무들에게도 이런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홍종호> 그래요. 도심에서의 이런 나무의 경제적 가치, 환경 경제적 가치가 상당하다는 거거든요. 특히 폭염이 심한 여름마다 폭염을 겪잖아요. 나무가 있는 지역은 확실히 나무가 없는 도시의 지역보다 폭염, 여름 기간 동안 온도가 훨씬 낮다 이런 게 꾸준히 보고가 되고 있어요. 이런 걸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되겠고 저도 가끔 보지만 너무 나무가 좁은 데서 확 둘러싸여 자라는 거 보면 사실 참 마음이 불편해요. 걸어다니다 보면 나무의 권리, 하나의 생명체인데 이런 생각을 우리가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 다시 한 번 하게 되고요. 자, 은행나무는 또 뭡니까?
◇ 양형욱> 요즘 가로수 보면 다 은행나무잖아요. 교수님은 아까 은행 열매도 드신다고.
◆ 홍종호> 네, 저는 열매는 좋아하는데 지나가다 냄새가 가을에 나긴 하는데 저는 그렇게 그게 불편하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해보진 않았어요. 솔직히.
◇ 양형욱> 저도 은행나무 너무 예쁘고 좋아하는데 서울환경연합이 지난 7월 말에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2026년 연차별 가로수 계획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었습니다. 서울시 가로수의 약 35%가 은행나무라고 해요. 서울시 가로수가 30만 그루 정도 되는데 35%면 최소 10만 그루가 은행나무인 거죠.
◆ 홍종호>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네요. 은행나무가 이렇게 가로수로 많이 활용되는 이유는 뭐죠? 이게 빨리 자라나요?
◇ 양형욱> 네, 교수님도 잘 아시겠지만 자동차 배기가스, 매연, 분진 같은 공해에 강하고요. 또 공기 정화 효과도 있고요. 화재와 병충해에도 강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문제는 고약한 은행나무 열매 냄새인데, 이 냄새가 거리를 뒤덮으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합니다. 열매를 맺는 거는 암나무인데요. 처음에는 나무를 심을 때 암나무인지 수나무인지 구분이 안 간다고 해요. 그래서 심고 나서 암나무인 걸 알게 되는데, 지자체에서는 은행나무를 다른 나무로 바꾸거나 혹은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작업을 합니다. 용산구에서는 254그루, 광진구에서는 115그루의 은행나무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꿔 심을 예정인데, 이렇게 교체되는 나무가 서울시 전체에서 최소 792그루가 되고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수종 교체까지 감안하면 실제 제거되는 나무는 더 많겠죠.
◆ 홍종호> 수종 교체한다는 건 은행나무에서 아예 다른 나무로 교체해서 다시 심는다 이런 거죠.
◇ 양형욱> 네, 그래서 서울환경연합은 여기에 이런 결정에 정당한 근거가 없다 이렇게 지적을 하는 거고요.
◆ 홍종호> 네,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꾸는 건 은행나무의 이점도 살리면서 어떤 서울 시민들께서는 냄새가 난다고 하니까 이걸 제거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이거를 암나무 이렇게 교체하면 암나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게 제가 궁금해요.
◇ 양형욱> 아, 암나무를 교체를 하더라도 도시환경에서 자라온 은행나무가 또 다른 곳에 뿌리를 내리는 거는 어렵다고 해요. 그래서 뽑힌 나무는 단순히 그냥 폐기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요.
◆ 홍종호> 그냥 목재로 써버리는 거군요.
◇ 양형욱> 그렇죠. 그래서 정말로 나무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또 사고를 유발하거나 나무가 썩었거나 안전상의 이유가 있다면 베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가로수 관리 위해서요. 그래서 민원 해결,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서 나무를 베겠다 이것만으로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거죠.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열매를 수거하거나 수집망을 설치하는 대안은 충분히 검토됐는지 이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홍종호> 예, 또 공무원들로서는 이게 악취라고 하니까 이 악취에 대한 민원 해결도 중요한 압박을 받을 것 같아요. 계속 연락 전화 오면은.
◇ 양형욱> 그렇죠. 물론 시민들의 불편을 해결하는 게 공무원들의 주된 책무이긴 합니다. 그런데 민원이라는 게 단기적인 소통 창구의 성격이 있잖아요. 불법 주정차, 소음, 쓰레기 문제 이런 것들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나무처럼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켜봐야 되는 정책에는 적용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서울시의 은행나무에 대해서 크게 불만을 갖지 않은 시민들이 있을 수 있고요.
또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나무 정책은, 가로수를 교체하는 데 반대하는 시민들도 있을 거고요. 그래서 민원을 근거로 가로수를 교체하는 것은 서울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거 아니냐 이런 지적입니다. 실제로 재미있는 에피소드인데 지난 5월에 동대문구가 무학로 1km 구간의 은행나무 61그루를 제거하려고 했대요. 그런데 어떤 주민이 동네 중고거래 앱에 주민들의 의견을 물었다고 해요. 그랬더니 숫자는 크진 않지만 83명 가운데 61명, 73%가 제거에 반대하거나 가지치기 같은 대안이 낫다고 응답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민원만 보고 결정하면 이런 주민들의 목소리는 빠지는 거죠. 다만 DNA 검사 기술이 좋아져서 앞으로는 묘목 단계에서 암수 판별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앞으로는 이런 기술을 적극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홍종호>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