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확장·유능.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하며 내세운 'ABC 플랜'이다. 집권여당이 두루 갖출 덕목이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펼친 구상 역시 폭넓었다. 메가특구특별법부터 개헌, 경찰개혁, 주거정책에 이르기까지 빼곡했다.
화려한 김 대표의 정책 진열대를 둘러봐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다. 당의 허물에 대한 진단과 성찰이다. 한국갤럽의 10월 셋째 주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6%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였던 전주보다는 1%포인트 만회했다. 그러나 김 대표 취임 직전인 8월 둘째 주보다는 5%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취임 석 달 안에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공언과 반대로 가고 있다. 이제 두 달 된 김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 원인과 해법을 들을 시점은 한참 지났다.
최근 만난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위기인데, 원내 누구도 위기라는 말을 선뜻 꺼내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것 만으로 당내 분위기를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위기를 위기라고 부르지 못한다면, 당의 오판을 반추하거나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내는 일은 더더욱 어려울 테다.
2021년 4 ·7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취임한 송영길 당시 대표는 무엇을 고치려는지가 명확했다. 취임 직후 조국 전 장관 논란에 사과하고 부동산 의혹 의원들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부동산 문제와 정부·여당의 '내로남불'을 직접 거론했다. 당심과 민심이 동떨어진 것을 드러내고 위기를 직면했다. 그 결과 취임 초기 30% 아래로 떨어졌던 당 지지율이 40% 선까지 반등했다.
물론 참패 직후였던 그때와 정권 초기인 지금의 사정은 다르다. 당시의 처방이 모두 옳았다고 볼 수도 없다. 민주당은 결국 이듬해 대선에서 정권을 내줬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당시 대표가 어떤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는 지를 지지층과 동료 의원들이 선명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금 민주당이 직시할 민심은 어디에 있는가. 최근 갤럽 조사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이라는 응답은 61%, 공직자 인사에 대한 부정평가가 57%였다. 정부 성공을 최우선 목표로 내건 여당 대표가 결코 넘겨서는 안 될 경고음이다. 주거정책의 어느 대목이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는지, 인사 불신이 커지는 동안 여당의 검증과 판단은 적절했는지 매섭게 따져야 한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만든 공소청·중수청의 연착륙까지 혼란이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조작기소 특검 논의가 본격화하면 공소취소를 둘러싼 잡음도 커질 것이다. 어느 것 하나 가벼운 부담이 아니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즐겨 썼던 말이다. 총선 승리도 지지율 상승도 민심을 온전히 헤아린 다음 기대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