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호황에도 내수는 냉랭…'K자형 양극화' 그늘

연합뉴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투자 호조가 경제 전반의 회복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면서 한국 경제의 'K자형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앞세운 수출이 급증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등 거시경제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소비 회복은 더디고 가계의 구매력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이끈 수출 호황…IMF 성장률 전망 상향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1~10일 수출액은 26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2.0% 증가했다. 10월 초순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조업일수 차이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47억 5천만달러로 28.5% 늘었다.

반도체 수출이 170.9% 늘며 수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7%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9%포인트 상승했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가 수출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202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다. 7월 전망보다 0.7%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2027년 전망치도 2.8%로 0.3%포인트 상향했다. IMF는 중동전쟁의 부정적 영향에도 반도체 중심의 강력한 대외 수요가 한국의 성장 전망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수출·설비투자는 호조…소비 회복은 더뎌

연합뉴스

수출과 설비투자가 증가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소비 회복은 더딘 모습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10월호'에서 AI 관련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경기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소비는 완만한 회복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8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3% 감소했고, 계절조정 기준으로는 전월보다 1.8% 줄었다. 반면 같은 달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16.1% 증가했으며, 반도체 제조용 장비 투자는 107.7% 늘었다. 반도체 관련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소비는 감소해 부문별 경기 흐름이 엇갈렸다.

정부는 8월 산업활동 부진에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봤다. 재정경제부는 완성차 업체의 하계휴가와 전월 선박·항공기 도입 집중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9월에는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개선 등에 힘입어 산업활동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가계의 구매력 회복은 여전히 과제다. KDI에 따르면 올해 1~7월 실질임금 상승률은 0.2%에 그쳤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를 기록해 가계의 구매력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용이 개선되더라도 임금 상승이 미약하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충분히 늘기 어렵다. 수출과 투자의 호조가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 총재도 진단한 'K자형 경제'…성장 온기 확산 과제

반도체 등 수출 주력 산업과 내수 부문의 경기 흐름이 엇갈리면서, 성장의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는 이른바 'K자형 경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IMF 연차총회와 연계해 열린 CNN 패널 토론에서 "실제로 한국은 K자형 경제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AI 투자 호황이 중동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압도하고 있지만, 두 요인이 결합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물가 상승이 저소득층에 가장 큰 타격을 준다며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도 경기 회복과 함께 민생 부담과 구조적 위험 요인을 주시하고 있다.

재경부는 '최근 경제동향' 10월호에서 수출과 투자가 회복을 이끄는 가운데 소비도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동전쟁에 따른 불확실성과 고유가, 취약계층과 일부 부문의 어려운 고용 여건을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중동전쟁 장기화와 물가·금리 상승에 따른 민생 부담이 지속되고 있으며, 양극화와 잠재성장률 둔화 등 구조적 문제도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민생 안정과 양극화 완화, 잠재성장률 반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재경부 임홍기 경제분석과장은 "중동전쟁 영향 최소화를 위해 주요 품목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성장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민생 안정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정책 노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