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걸그룹 A2O 라이트 1위…강력한 '아는 맛'으로 일군 '경이로움'

지난 12일 데뷔한 신인 걸그룹 A2O 라이트. A2O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수만 프로듀서가 A2O엔터테인먼트라는 새 회사에서 첫 국내 프로젝트로 선보인 신인 두 팀 가운데 걸그룹인 에이 투 오 라이트(A2O 라이트)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13일 저녁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발매된 데뷔곡 음원 '니온'(NEON)은 단 29시간 만에 국내 음원 사이트 멜론 '톱 100'의 1위를 차지했다.

영·오아·아윤·아이찡·히메키·라다·시리·보라·메르시까지 9인조로 이루어진 A2O 라이트는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데뷔 쇼 '웰컴 투 소울라이트 프롬 에이 투 오 소울 에이 투 오 라이트'(WELCOME TO SOULITE From A2O SOUL A2O LITE)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미국·중국·일본·태국 등 국적이 다양하며, 2008~2013년생으로 전원 미성년자다. 

새로운 세대 감각으로 본인들만의 색을 그려나가는 그룹을 지향하는 A2O 라이트의 데뷔곡 '니온'은 지금 빛나는 순간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아홉 소녀의 당찬 선언을 담았다. 꿈꾸는 곳을 향해 나아가고, 그곳에 도달한 뒤에도 멈추지 않고 그 너머(Beyond)를 바라보겠다는 포부를 노래한다. 이 프로듀서와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뎀 조인츠(Dem Jointz)와 유영진이 공동 작사·작곡·편곡했다.

묵직하게 울리는 베이스를 중심으로 강렬한 사운드가 펼쳐지며 '니온 앤드 비욘드'(Neon and beyond)라는 가사가 반복돼 강력한 중독성을 자랑하는 게 특징이다. 소속사 A2O엔터테인먼트는 이 곡이 A2O 라이트가 지향하는 '잘파 팝'(Zalpha Pop)의 정체성이 선명하다고 소개했다. 착착 맞는 멤버들의 '칼군무'도 주요 관전 요소다.

15인조 보이그룹 에이 투 오 소울(A2O SOUL)도 동시 공개됐으나, A2O 라이트를 향한 관심과 호응이 압도적이다. 17일 오전 8시 기준 '니온'의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1102만 회로 이미 1천만 회를 넘겼다. 또한 '니온' 데뷔 쇼 무대 영상 조회 수는 690만 회, 엠넷 '엠카운트다운' 방송 영상은 511만 회, '엠카운트다운' 직캠 영상은 165만 회를 각각 기록 중이다.

'니온'의 가사 'Neon and beyond that's what we on and beyond yup'을 발음이 들리는 대로 '미혼 앤드 비혼'으로 부르는 밈(meme, 온라인을 통해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이 생기는가 하면, 이수만-유영진 프로듀서를 비롯해 수많은 AI 댄스 챌린지 영상이 쏟아지는 추세다.

김도헌 음악평론가는 "동방신기(TVXQ!) 엑소(EXO) 엔시티(NCT) 등 이수만 프로듀서가 그동안 SM에서 데뷔시킨 신인 그룹은 '새로운 걸 보여주겠다' '새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등장했다. A2O 라이트 '니온' 가사도 '우리가 신세대다' 하는 내용이기에, 그들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A2O 라이트의 데뷔곡 '니온' 뮤직비디오 캡처

노래 짜임새와 관련해서는 "노래 자체는 원(ONE) 코드로 거의 진행되는데 밀도 면으로도 꽉 차 있다. (멤버) 각자의 음색이 두드러진다기보다는 후렴구의 같은 멜로디를 다른 음과 다른 코러스로 불러 (화음을) 쌓아 오묘한 느낌을 주는 게 결국 이수만 프로듀서의 스타일"이라고 짚었다.

한성현 음악평론가는 "일렉트로 팝 사운드의 측면에서는 이 프로듀서가 담당했던 '걸스'(Girls)까지의 에스파(aespa)가 보인다. SF 콘셉트가 가미된 뮤직비디오나 의상을 보면 에스파에서 더 이어가지 못했던 비전을 새 팀을 통해 마저 실현하려는 듯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멤버의 진한 음색은 윈터를 포함해 유영진이 프로듀싱한 SM 보컬리스트 색이 확실히 나고, 화음을 맞추는 후렴의 합창은 그 정점이다. 은은하게 에프엑스(f(x))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덧씌운 느낌도 든다"라고 평했다.

미묘 음악평론가는 "노래가 좀 예스러운 듯하면서도, 향수를 자극하는 데가 있기도 하고, 또 마치 기계의 노래 같은 느낌도 있다. SM에서 보던 수많은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고, '그 이수만이 돌아왔다'라는 자랑스러운 표정이 읽히는 기분도 든다"라고 말했다.

'착착 맞는' 군무의 '일체감'도 A2O 라이트를 주목하게 하는 주된 요소로 꼽혔다. 김 평론가는 "멤버 비주얼이 다 개성이 있지만 개인보다는 굉장히 '집단'이 강조된 모습이고, 기계적인 느낌도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게 '칼군무'"라고 설명했다.

미묘 평론가는 "노력하지 않아도 멋진 것 같은 모습, 드라마틱한 세계관, 인간적인 면모나 내면의 고백도 모두 K팝 아이돌이 사랑받는 좋은 이유다. 하지만 매혹적인 인간이 마치 인간을 넘어선 듯이, 혹은 기계처럼 작동하는 걸 볼 때의 경이감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니온'은 그 부분에 철저하게 집중해, 이를 섬뜩할 정도로 밀어붙였다고 생각한다"라고 진단했다.

1세대 아이돌의 시초인 그룹 에이치오티(H.O.T.)를 시작으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로 활동 영역을 넓힌 싱어송라이터 보아, 아바타 세계관을 구축한 에스파까지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를 다수 제작한 이수만이라는 브랜드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A2O 라이트는 지난 15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데뷔곡 '니온' 무대를 펼쳤다. '엠카운트다운' 캡처

박희아 음악평론가는 "이 프로듀서를 향한 관심이 그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창립한) SM엔터테인먼트는 '핑크 블러드'라고 정체성을 가시화할 만큼 마니아들로 그 역사가 유지되어 온 회사다. 그 '핑크 블러드'를 만든 게 이 프로듀서이기 때문에, 그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데뷔시킬 아이돌에게서도 '핑크 블러드'의 정체성이 심어져 있을 거라고 팬들이 확신했다"라고 말했다.

한 평론가도 "빠른 흥행 속도에는 확실히 프로듀서 이름값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발매 당일부터 K팝 숏폼 알고리즘을 일제히 장식한 것을 보고 놀랐다. 개시 초반 바이럴 마케팅에 총력을 다하는 것이 보이면서도 확실히 이수만이라는 브랜드의 입지가 아이돌 시장에서는 꺾이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라고 돌아봤다.

김 평론가는 "A2O 라이트라는 기획은 사실 신세대를 위한 기획 같지는 않다. K팝을 좋아하는 세대가 40~50대까지도 뻗어나가는 가운데 주류 층은 30대이고, 그들이 생각하는 'K팝'을 잘 구현했다고 본다. 다인원의 칼군무 퍼포먼스나 노래에 담긴 주제의식 등에서 어떤 향수를 절묘하게 잘 건드린 기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럴과 마케팅을 굉장히 잘했다고 본다"라면서도 "K팝 유행이 빠르게 도는데 사실 K팝 산업이라는 게 단순히 음악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국적, 인원, 비주얼, 노래, 춤 등 여러 부문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불타는 요소'를 전달하고, 결국 '이야깃거리'를 계속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A2O 라이트는 성공한 기획이라고 본다. 이 프로듀서의 영리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이 프로듀서의 A2O와 현재의 SM 가운데 '어떤 것이 더 SM스러운가' 하는 논쟁이 벌어지는 것을 두고,
미묘 평론가는 "(A2O 라이트가) SM의 '진짜 정수'의 소유권 주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다. SM은 '이수만 이후의 SM'이 무엇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지 설득력 높은 답을 내놓았고, 이수만은 'SM 이후의 이수만'의 길을 근사하게 소개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A2O 라이트와 A2O 소울에 관해 'SM보다 더 SM 같다'라는 나오는 이유는 현재 SM 음악색이 '덜 SM 같아서'라기보다, A2O의 음악이 '당연히 SM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는 팬들의 경향성에서 나온다. 그래서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너도나도 A2O 소속 그룹들을 보고 있고, 과거에 자신들이 좋아했던 '핑크 블러드'의 시초에 가까운 모습을 보며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평론가는 "이 프로듀서가 퇴임한 후 나온 SM의 하츠투하츠(Hearts2Hearts) 등 신인 팀을 두고 'SM 색이 있다 없다' 하는 식의 왈가왈부가 지금까지도 나온다. 특히나 SM 가수 팬덤 사이에서는 계보를 논하는 다툼이 식지 않는데, 흥행의 연료가 될 것을 기대하고 일종의 라이벌 구도를 기획한 게 아닐까도 싶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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