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책은 어떻게 읽으셨어요?"
16일 찾은 경기 안양의 '소피하우스'. 김민영 대표가 책상 위에 놓인 도서 '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김경애씨는 "처음엔 내용이 어려웠는데 읽을수록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 있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이곳 소피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들은 매주 소피하우스에 모여 함께 책을 읽거나 인문학 토론을 한다. 금요일인 이날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우리들의 숨쉬는 터전'(우숨터)이 열리는 날이다.
'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는 작가 진 리들로프가 남미 아마존 지역 원주민과 함께 생활하고 쓴 책이다. 원주민 삶을 관찰한 작가는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선 계속된 통제보다는 인간 본성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숨터에 참석한 김경애씨는 "어렸을 때는 매번 '착한 사람이 돼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던 것 같다"며 "책을 읽고 나니 아이들에게 착한 사람이 아닌 온전한 사람으로 자라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책을 읽으면 자녀 교육에 대한 생각도 바뀌지만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도 된다"며 "아이를 위해 나온 모임이 이제는 나를 위해 나오는 모임이 됐다"고 뿌듯해 했다.
함께 참석한 김은애씨는 "8년 전쯤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아이를 키울 때 생각의 틀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 사이 시간이 흘렀는데 과연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렇게 매주 책을 읽고 집으로 돌아가면 새롭게 변하는 나 자신이 느껴진다"며 "주변에서 전업 주부를 바라보는 특유의 시선이 있는데, 책을 읽고 토론할 때마다 자존감이 채워져서 좋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가 자신의 양육 이야기를 이어가자 다른 두 사람은 의자를 당겨 앉고 경청했다. 이들은 이후 2시간 동안 책을 읽고 토론한 뒤 헤어졌다.
자녀 교육 고민에서 시작, 이젠 학교에서도 '우숨터'
우숨터는 2013년 시작됐다. 세 자녀 엄마인 김 대표가 자녀를 교육하고 자녀와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던 때였다. 그러던 중 엘렌 케이가 쓴 '아동의 세기'를 만났다.
김 대표는 책을 읽고 고민이 해결되는 것을 느꼈다. '따귀를 맞더라도 추천'하고 싶을 만큼 영감을 받았고 주변에 함께 읽기를 권했다.
이후 자녀 교육에 어려움을 겪던 이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자녀 교육이든 스스로의 삶이든 잠시 책을 읽으면서 숨 좀 쉬자는 뜻에서 이름을 우숨터로 지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꾸려진 우숨터는 2018년까지 5년 동안 이어졌다.
이후 재충전에 들어간 김 대표는 자신의 생각을 꾸준히 블로그에 기록했다. 수년 동안 쌓인 글은 책이 됐다. 그는 저서 '공부만 잘하는 괴물로 키울 수는 없습니다'를 통해 자녀를 입시경쟁에 내몰지 말고 자기 주도적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중 김 대표는 올해 한 독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김 대표의 책을 읽고 저자를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자신 역시 양육 고민이 있었고 책 내용에 공감됐다는 것. 김 대표는 아직도 수많은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고민이 많다고 생각했고 다시 우숨터 문을 열고 매주 이어가고 있다.
우숨터에는 참여 조건이 없다. 성별이나 나이, 직업 등과 상관없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이들이면 모두 가능하다. 거리가 멀어 찾아오기 어려운 이들과는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학교 현장에서 '미니 우숨터'가 열리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초부터 경기 고양 일산양일중학교에서 학부모와 함께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자녀 교육과 소통에 고민있던 학부모, 학교가 김 대표를 찾았다.
김 대표는 우숨터를 통해 학부모가 성장하고, 나아가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교육 문제 역시 바뀌길 희망한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교육은 과도한 경쟁과 성과주의에 매몰된 상황"이라며 "학부모의 성장이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가 제대로된 교육관을 가지고 어떻게 자녀를 키우느냐에 따라 교육 미래가 바뀔 것"이라며 "우숨터가 이런 변화에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