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러 3자 정상회담을 열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일간 월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구상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날은 두사람이 러시아산 경유 수입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날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이 구상을 최근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측에도 전달했으며,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한다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회담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고, 미 고위 당국자 역시 확답은 피하면서도 트럼프의 종전 의지에 비추어 긍정적으로 검토될 여지는 열어뒀다.
전문가들은 이번 3자 회담 구상이 성사될 경우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는 '외교적 중재자'로서 큰 성과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APEC 무대를 통해 역내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중국으로서는 회담이 본질을 흐릴 수 있고, 친러 성향을 경계하는 유럽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수 있어 미묘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유럽을 소외시키고 자신이 글로벌 초강대국 반열에 당당히 올라 있음을 과시하려는 '제2의 얄타회담'식 야심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WSJ은 비록 실제 성사 가능성이 크지 않더라도 미·중·러 정상이 모여 특정 국가의 운명을 흥정하는 그림 자체만으로도 대만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강력한 지정학적 신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