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출범 이후 김해공항 국제선을 5개 노선, 주 58회 늘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부산 제2허브'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정작 부산이 요구해 온 본사 이전에는 말을 아끼면서 들끓는 지역 여론을 달래기 위한 명분쌓기용 계획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미애 의원(국민의힘·부산 해운대구을)이 18일 공개한 대한항공의 '통합 LCC 부산 제2허브 구축계획(안)'을 보면, 대한항공은 내년 3월 '통합 진에어(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출범 이후 항공 노선과 기능을 재편할 계획이다.
먼저, 김해공항 국제선은 28개 노선, 주 281회에서 33개 노선, 주 339회로 늘어난다. 늘어나는 운항은 일본이 주 39회로 가장 많고 중화권·기타 주 17회, 동남아 주 2회 순인데, 새로 생기는 노선 역시 일본 4개와 동남아 1개에 몰렸다. 국내선은 주 188회에서 189회로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
다만, 대한항공은 내년 3월 이후 스케줄은 사업계획을 세우기 전이어서 공항 슬롯과 인허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인력 운영에서는 3사 근로자의 고용을 승계하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본인 의사에 반하는 일방적인 근무지 이전도 지양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부산에서 일하는 인력은 진에어 187명, 에어부산 997명 등 모두 1184명이다. 대한항공은 부산 근무 조종사와 객실승무원, 정비사 운영을 늘리고 지역 인재 채용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내놓지 않았다.
업무는 서울이 전반적인 정책 수립을 맡고 부산이 분야별로 본사 기능을 나눠 맡는 구조로 짜였다. 부산은 지역 대표 역할과 영남권 특화 마케팅·영업, 부산 허브 운영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이와 함께 에어부산의 운항통제·객실훈련센터 같은 핵심 운영시설은 계속 운영하고, 김해공항은 자체 정비가 가능한 정비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도 담겼다.
하지만, 지역의 최대 관심사인 본사 소재지는 이번에도 빠졌다. 대한항공은 오는 11월 말까지 부산시와 국토교통부,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3사 근로자와도 소통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본사 위치는 물론 최종 결정 시점도 정하지 않았다.
한진칼 지분 10.58%를 가진 주요 주주로 항공사 통합을 주도한 산업은행은 본사 소재지와 관련해 대한항공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김 의원실에 낸 서면답변에서는 본사를 부산으로 합의하면 이에 찬성하고 지방공항 활성화와 제2 허브공항 육성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의원은 "부산의 본사 기능 일부 분담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관계기관 의견수렴이 부산 본사 설치와 실질적인 의사결정 기능 확보를 위한 논의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말했다.
단거리 5개 노선에 '제2허브' 간판
지역에서는 이번 계획이 부산이 기대해 온 '제2허브'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새로 늘어나는 노선이 이미 수요가 탄탄한 일본·동남아 단거리에 몰려 있는 데다, 부산발 중거리 노선을 개척해 새로운 항공 수요를 만들어낼 전략은 계획안에서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정책 수립은 서울이 쥐고 부산은 영업과 운영을 나눠 맡는 구조를 두고도 '제2허브'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본사 의견수렴이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통합 법인의 존속법인인 진에어 본사가 서울 강서구에 있는 데다, 계획안에 이미 서울 중심의 업무 분담 구조가 담겼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사 통합의 한 축을 맡았던 산업은행을 향한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산은은 지난 2020년 항공사 통합을 위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에 8천억원을 투입했고, 국토부와 함께 '지방공항 기반 제2허브 구축'을 정책 목표로 제시했는데, 정작 지금은 조건부 지원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해 본사 입지 문제를 따진다는 계획이다.
"주소만 옮기는 본사로는 안 돼"
지역 시민사회는 대한항공의 이번 계획을 지역 반발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으로 보고 있다.신공항과 거점항공사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 박재율 상임대표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면서 저비용항공사 자회사 본사를 그 지역에 두고 제2허브공항을 하겠다던 말을 지금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며 "주주총회를 두 달 남짓 앞두고 조만간 결정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보여온 무책임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천과 김해의 여객 비율이 85대15 정도에 머무는 상황에서 단거리 노선 몇 개를 늘린 것으로는 허브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덕신공항 개항 시점에는 장거리 노선까지 갖춰 명실상부한 관문공항 기능을 할 수 있는 계획을 지금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끝으로 "본사 유치는 껍데기 주소만 옮기는 게 아니라 노선과 운항 횟수, 인력이 내실 있게 갖춰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한항공은 지금이라도 적극성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