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첫 시정질문에서 민형배 시장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빗대는 등 자극적인 발언과 감정적 공방이 잇따르면서, 산적한 통합 현안에 대한 정책 검증보다 정치적 말싸움이 부각됐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윤석열 같은 의회 무용론이다." 김문수 의원(더불어민주당·신안1)이 민형배 시장을 향해 꺼낸 말이다. 민 시장의 의회 경시 논란을 따져 묻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까지 소환할 만큼의 사안인지 의문이다. 민 시장의 의회관에 문제가 있다면 구체적인 사례와 근거를 들어 따져 물으면 될 일이다. 자극적인 비유보다 집행부의 잘못을 짚어내는 날카로운 질문과 대안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시정질문에서는 이처럼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잇따라 등장했다. 김강헌 의원(더불어민주당·영광2)은 옛 광주시 채무 문제를 거론하며 전남을 '희생양'에 빗댔고, 김문수 의원은 행정과 산업의 광주 집중을 비판하면서 나머지 22개 시·군이 '들러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따졌다. 전경선 의원(더불어민주당·목포5)은 민 시장과 진보당의 정책협의를 '야합'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의원들의 문제 제기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재정 배분의 형평성과 국립의대 선정 과정의 공정성, 의회 경시 논란 등은 반드시 검증해야 할 사안이다. 문제는 일부 사실을 전체 맥락에서 떼어내 과도하게 해석하거나, 자극적인 표현으로 지역 간 대립 구도를 부각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것이 광주와 전남의 재정 문제다. 광주의 재정 부담이 전남보다 컸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광주와 전남은 행정 기능과 재정 구조부터 차이가 있다. 광주는 도시철도와 도로 등 대규모 도시 기반시설에 직접 투자해 왔고, 전남은 도와 시·군이 사업을 나눠 수행하는 구조다. 여기에 세입 여건과 기존 투자사업, 지방채 발행 이력까지 고려하면 채무 규모만으로 통합에 따른 지역별 유불리를 단정하기 어렵다.
통합 이후 재정 부담이 어느 지역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확인되지 않은 재정 전가 가능성을 마치 확정된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표현은 지역 간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안 그래도 통합특별시는 출범 초기부터 조직개편과 청사 기능 배분, 국립의대 선정 등을 놓고 지역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행정구역은 하나가 됐지만 지역 간 정서적 통합은 이제 시작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지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과 지역 간 대립을 부추기는 것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시정질문에서 정치적 공방이 격해지면서 송형곤 의장이 질의를 중단시키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민 시장 역시 일부 의원들의 공격적인 질문에 감정적으로 맞서면서 갈등을 조정해야 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첫 시정질문이라는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과 군공항 이전, 통합 재정지원 활용 방안, 공공기관 통합 등 통합특별시의 미래를 좌우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일부 의원들이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자극적인 발언과 정치적 공방이 부각되면서 그 의미마저 퇴색됐다.
시정질문은 누가 더 강한 말을 하는지 겨루는 자리가 아니다. 집행부의 잘못을 짚고 정책을 검증하며 시민을 위한 대안을 찾는 자리다.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통합특별시의원이다. 지역의 불만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통합의 해법을 제시해야 할 책임도 있다. 지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갈등을 풀고 통합의 해법을 찾는 일은 훨씬 어렵다.
통합특별시의회 안팎에서는 "지역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통합특별시의원인 만큼, 지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기보다 충분한 공부와 정책 대안으로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의 미래를 고민하는 품격 있는 정치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