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의 작가 이민진이 이번에는 한국인의 교육 열망을 정면으로 다룬다. 신작 장편 '아메리칸 학원'은 1990년대 초 서울 대치동에서 출발해 IMF 외환위기를 거쳐 호주 시드니와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어지는 한 가족의 삶을 따라간다.
주인공 존과 헬렌 부부는 세 자녀 보, DH, 미도와 함께 평범한 중산층으로 살아가지만 삶의 기반이 무너지면서 이민길에 오른다. 낯선 사회에서 한국에서 쌓은 학위와 경력이 힘을 잃자 부모는 자식 교육을 다음 세대의 성공과 안정을 위한 거의 유일한 통로로 붙든다.
작품 속 '학원'은 단순한 사교육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명문대 진학을 꿈꾸는 장소이면서 일하는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고, 이민자들이 서로의 불안과 열망을 나누는 한인 공동체의 울타리로 기능한다. 동시에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인지,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장치인지도 함께 묻는다.
소설은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이어지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 가족의 삶이 어떻게 흔들리고 다시 재편되는지를 그린다. 첫 문장 "삶의 규칙은 이미 바뀌었다"는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조건이 바뀌는 시대의 불안을 압축한다.
이민진이 끝내 향하는 질문은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배우며 살아갈 것인가'에 가깝다. 점수와 학위, 명문대 진학을 넘어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며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서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는 문제의식이 소설 전반을 관통한다.
'아메리칸 학원'은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파친코'에 이은 이민진의 '디아스포라 4부작' 세 번째 작품이다.
이민진 지음 | 정소영 옮김 | 현대문학
'키친'의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가족과 친구, 일과 창작, 사랑과 건강, 여행을 두루 돌아본 에세이 '폭풍 전의 고요함'을 펴냈다. 온라인에 연재한 글을 묶은 '도쿠다미짱과 후시바나'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제목처럼 책은 삶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 무엇을 기준으로 길을 정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작가는 "나의 길을 나 스스로 개척했다"며 매번 달라지는 바람의 세기와 흐름을 살피듯 자신의 감각에 따라 삶의 방향을 조정해왔다고 말한다.
이번 책에서는 소설가뿐 아니라 사무소를 직접 운영했던 '경영자 요시모토 바나나'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사람과 조직을 운영하는 일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히려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살아야 가장 자기다운지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담겼다.
삶이 언제나 고요할 수는 없지만 바람의 방향을 살피고 자기 손으로 항로를 바꿀 수는 있다는 것이 책의 중심 메시지다. 부모와 아이, 먹고 마시는 일, 건강, 여행, 심심함과 걱정 같은 일상의 조각을 통해 거창한 성공보다 '자기 인생의 키를 스스로 쥐는 법'을 이야기한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 김난주 옮김 |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