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78주기 합동추념식에 국무총리가 불참하고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20여 분 만에 행사장을 떠나면서 '홀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여순사건의 사실조사를 마무리하고 진상조사보고서를 작성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지역 주요 인사들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78주기 여순사건 합동추념식이 19일 오전 전남광주 순천시 오천그린광장에서 거행됐다.
'78년의 기다림, 이제는 대한민국이 여순의 진실을 완성하겠습니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추념식에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유족과 시민 등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추념식은 타종과 묵념, 헌화·분향, 경과보고, 추념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여순사건 당시의 참상을 담은 사진이 전시됐으며, 희생된 고(故) 박찬길 검사의 삶과 유족의 사연을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대통령 추념사 첫 대독…진전에도 총리 불참은 아쉬움
올해 추념식에서는 윤호중 장관이 처음으로 대통령 명의의 추념사를 대독했다.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추모 메시지를 전하고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가 추념사를 했던 것과는 달라진 부분이다. 공식 대통령 추념사를 통해 국가의 책임과 진상규명 의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정작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위원장인 국무총리는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2024년과 지난해 국무총리가 참석했던 것과도 대조된다.
특히 올해는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이 추진되는 해로, 그동안의 조사 성과와 향후 과제를 국민과 유족에게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김효승 사회대개혁 순천시민행동 대표는 "올해는 사실조사가 마무리되고 진상조사보고서를 작성하는 해"라며 "총리가 그동안의 진행 과정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설명하고 국가의 의지를 천명하는 뜻깊은 자리인데 참석하지 않아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념식에 참석한 한 참석자도 대통령 추념사가 처음 마련되고 내용도 한층 충실해진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총리 불참과 특별시장의 짧은 참석으로 추념식의 의미가 낮아진 것 같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별시장은 헌화 후 떠나고…제주교육감 참석에도 관할 교육감은 불참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의 참석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민 시장은 추념식에 참석해 헌화하는 등 20여 분간 머문 뒤 행사장을 떠났다. 자신의 추념사 순서를 불과 10여 분 앞둔 시점이었다. 결국 추념사는 감 부시장이 대신 낭독했다.
민 시장은 이후 광주로 이동해 오전 11시 30분 앰코테크놀로지 광주사업장에서 열린 신규 제조라인 착공식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추념식이 매년 정해진 날짜에 열리는 행사인 만큼 사전에 일정을 조율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기업 측에 양해를 구하거나 일정을 조정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며 "추념사를 앞두고 자리를 떠난 것은 단순한 일정 문제가 아니라 여순사건을 대하는 역사 인식과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효승 대표도 "여순사건은 여수와 순천, 광양, 구례, 보성 등 여러 지역에 걸쳐 있어 통합시장이 유족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아우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오늘처럼 중간에 자리를 이석하는 것은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주4·3사건과 역사적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제주교육감은 추념식에 참석한 반면, 정작 여순사건 발생 지역의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은 불참해 비판을 받고 있다.
고의숙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은 제주4·3 유족들과 함께 순천을 찾았지만, 정작 여순사건 발생 지역의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은 참석하지 않았다.
김대중 교육감도 같은 시간 열린 '앰코코리아 광주 첨단 반도체 신규 제조라인 착공식'에 참석했다.
여순사건의 역사적 진실을 미래세대에 전하는 일이 주요 과제로 남아 있는 만큼 제주교육감의 참석은 관할 교육감의 부재를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단순한 추념식 참석을 넘어 여순사건 관련 행정조직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효승 대표는 앞서 민 시장에게 여순사건 전담 부시장직 신설을 제안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진상조사와 희생자 결정에 집중된 행정체계를 유족 지원과 역사교육, 역사 왜곡 대응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광주는 5·18 관련 유족 지원과 역사교육, 왜곡 대응 등을 행정조직에서 다루고 있다"며 "여순사건도 이런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룰 행정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78년 만에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이라는 중요한 단계에 들어선 여순사건. 정부와 특별시가 추모에 그치지 않고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