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방산사업을 현대로템 중심으로 재편한다. K2 전차를 생산하는 현대로템이 같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의 방산사업을 약 3584억원에 인수해 완성 무기체계부터 주포·포신 등 핵심 부품까지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한다. 현대위아는 매각 대금을 열관리·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로템과 현대위아는 19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대위아 특수사업부에 대한 영업양수도 계약 체결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거래금액은 3583억8600만원이다. 특수사업부의 영업가치는 4800억원으로 평가됐으나, 임대차 대상으로 전환되는 토지와 건물 1170억원 등을 제외해 인수금액이 산정됐다. 특수사업부 부동산이 현대위아 공장 부지 내에 있어 인수 대상에서 뺐다는 설명이다.
인수 대상은 특수사업부의 자산과 부채, 인력, 지식재산권 등 사업 전반이다. 현대로템은 해당 사업부 인력 전원을 고용승계하고,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생산공장을 이전할 계획이다. 현대위아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 기존 공장 부지를 현대로템에 임대하고, 임대계약이 끝나면 해당 부지를 신사업 생산시설로 활용해 신규 투자비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위아 특수사업부는 1976년 회사 설립 당시부터 이어온 모태 사업이다. K2 전차 주포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하는 K9 자주포의 포신 등 대구경 화포를 주력으로 생산해 왔으며, 인공지능(AI) 기반 원격사격통제체계(RCWS)와 함정용 근접방어무기체계(CIWS-II) 등도 개발했다.
현대로템은 이번 인수로 K2 전차와 차륜형 장갑차 등 지상무기체계에 주포·포신 제조 기술을 더하게 된다. 그동안 현대위아로부터 공급받던 주포를 자체 생산하면서 공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수출 과정에서 현지화 품목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K9 자주포용 포신과 함정용 무기체계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효과도 예상된다. 현대로템은 이번 거래 목적을 "방산 분야 수직계열화와 사업 다각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미래 성장동력 강화"라고 밝혔다.
K2 전차 수출이 확대되는 가운데 주요 무장까지 직접 생산하게 되면서 K-방산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8월 폴란드와 약 65억달러(약 9조1천억원) 규모의 K2 전차 2차 이행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페루와 K2 전차 54대를 포함한 지상장비 195대 공급 총괄합의서를 맺었다.
인수 자금은 보유 현금으로 충당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올해 3분기 기준 이번 인수에 필요한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위아는 다음 달 27일 경남 창원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영업양도 승인 안건을 특별결의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별도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로 절차를 진행한다. 양사는 관계기관 인허가 등을 거쳐 내년 3월 31일까지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대위아 주주 가운데 영업양도에 반대하는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되며, 주식매수 예정가격은 주당 5만1811원이다. 청구 금액이 총 1400억원을 넘으면 회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쳐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는 조건도 붙었다.
현대위아는 지난해 7월 공작기계 사업을 약 340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방산사업까지 정리하면서 전동화와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등 미래 모빌리티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한다. 방산사업이 당장 수익을 내고 있지만 노후 생산시설 개선과 신규 사업 확대에 상당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고, 중장기 핵심 전략과의 연계성도 제한적이라고 회사 측은 판단했다. 방산 투자를 병행하면 신사업에 투입할 자금이 분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현대위아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 집중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투자 재원 확보 및 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위아는 방산사업 매각으로 확보할 자금을 열관리·로봇 등 신사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환에 맞춰 차량 열관리 부품 공급을 확대하고, 물류·주차 로봇과 스마트 제조 솔루션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현대로템은 이날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6207억원, 영업이익 247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0% 줄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0.9%, 영업이익은 6.3% 증가했다. 1~3분기 누적 매출은 4조68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늘었고, 누적 영업이익은 7037억원으로 4.7%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