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납 배출 주사' 논란에…고위험 사업장 150곳 감독

류현철 노동부 산안본부장 "현행 산안법으론 처벌 한계…제도 개선 필요"

특수건강진단을 앞둔 노동자들에게 몸 안의 중금속을 배출하도록 촉진하는 '킬레이션' 주사제를 몰래 투여해 혈중 납 농도를 인위적으로 낮춰서 실제 납 노출 상태를 숨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DN오토모티브 울산공장 내부. 금속노조 울산지부 제공

고용노동부가 자동차 부품업체 DN오토모티브의 노동자 혈중 납 농도 조작 의혹에 대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처벌에 한계가 있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전국 납 취급 고위험 사업장 150여 곳에 대한 감독에 나서고 유사 사례 신고 체계를 운영하는 한편, 산업안전보건 제도를 무력화하는 행위를 제재하는 입법 논의에도 협조하기로 했다.

노동부 류현철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번 사안은 작업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노동자들의 혈중 납 수치만 낮추려는 대단히 왜곡된 기업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십년간 사업장의 보건 관리 중심이 돼 온 제도가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인데, 이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보고 엄중 대처를 강조했다"며 "제도의 취지를 몰각했다는 측면에서 기업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거듭 지적했다.

앞서 DN오토모티브는 특수건강진단을 앞둔 노동자들에게 몸 안의 중금속을 배출하도록 촉진하는 '킬레이션' 주사제를 몰래 투여해 혈중 납 농도를 인위적으로 낮춰서 실제 납 노출 상태를 숨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처럼 작업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채 검진 전 혈중 납 수치만 낮췄다면 정부의 특수건강진단을 무력화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현행 법으로는 킬레이션 투약 행위 자체를 직접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류 본부장은 "안타깝게도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하는 게 분명하지 않다"면서 "킬레이션 자체를 산안법에서 규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킬레이션 주사를 통해 사전에 혈액 노출 수준을 떨어뜨리는 문제에 대해 산안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서 킬레이션과 같이 산업안전보건 제도를 무력화하는 행위를 제재하는 법률이 논의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DN오토모티브 울산공장 내부. 금속노조 울산지부 제공

대신 노동부는 의료법 위반이나 업무방해 등 다른 법률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 지난 8월 13일 사업주와 투약 의료기관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특수건강진단기관이 사전 채혈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에 관련 정황을 설명하고 자료를 제공해, 현재 울산경찰청이 수사하고 있다.

류 본부장은 "이런 기업에 공모하는 기관이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보겠다"며 "DN오토모티브에 대해 저희가 할 수 있는 행정적인 절차를 최대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서 킬레이션과 같이 산업안전보건 제도를 무력화하는 행위를 제재하는 법률이 논의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혈중 납 농도만으로 직업병을 단정할 수 없어 개별 노동자의 건강진단 결과 등을 함께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 본부장은 임시건강진단 등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거나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후속 절차가 예상보다 지연된 데 대해 책임을 인정했다. 류 본부장은 "노사 간 협의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전문가 참여나 일정 조정 등을 도모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지체된 바 있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절차를 했다고 책임을 다했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통을 잘하고 노사 합의가 도출되도록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다만 노조 등이 사업장 전체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이 필요했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노동자들의 납 노출 수준과 건강 영향을 평가해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류 본부장은 "더 급박한 문제가 있었다면 당연히 조치했을 것이고, 급성 노출에 따른 영향이 있었다면 그에 맞는 조치를 했을 것"이라며 전문가 자문을 거쳐 행정조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류 본부장은 이번 사건을 개별 기업과 기관의 일탈을 넘어 산업보건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류 본부장은 "일부 기관의 일탈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터의 보건관리 시스템 전반을 어떻게 살펴볼 것인지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 제도가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고위험 사업장으로 분류된 납 취급 사업장 150여 곳에 대해 감독에 나서기로 했다.

또 안전보건공단·직업병안심센터 등을 통해 유사 사례들을 신고받고, 특수건강진단 전 수치 조작 행위를 금지·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