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교부의 세종 이전을 추진하면서 주한 외교공관과의 소통 및 외교 업무 효율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교부가 세종으로 이전하더라도 외국 공관들은 서울에 남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수도나 행정도시를 이전한 해외 주요국의 사례에서도 외교공관의 동반 이전은 실질적 유인책과 장기간의 조정이 수반되는 난제로 꼽힌다.
21년 전 이전 제외됐던 외교부… 2031년까지 세종 이전 추진
정부는 지난 13일 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 44개 기관의 세종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외교부 본부 정원 1024명과 국립외교원 106명도 이전 대상에 포함됐으며, 2031년까지 신축 청사로 옮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외교부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부 부처 이전 취지에 부응해 원활한 이행이 이뤄지도록 관계 기관 등과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계획 수립 당시 국방부·법무부·통일부 등과 함께 이전 제외 기관으로 분류됐다. 외교·안보와 국가 통치의 핵심 기능은 서울에 남긴다는 구상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이 본격 추진되면서 정부는 이전 제외 원칙을 재검토하고,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주한공관 118곳 서울에… 정상외교·긴급 협의 부담 우려
외교부 이전에 따른 실무적 쟁점으로는 정상외교와 의전, 주한 공관과의 협의 등이 꼽힌다. 외국 정상과 고위급 인사들의 방한 일정은 대부분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외교부가 세종으로 이전하면 회담 사전 조율과 의전 준비를 위한 행정적 비효율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 정세 변화나 재외국민 안전 문제 등 긴급 사안이 발생했을 때 상대국 대사관과의 신속한 협의가 필수적인 만큼, 외교부와 주한 공관이 서로 다른 도시에 떨어져 있으면 대면 접촉과 일정 조율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주한 외국대사관 118곳은 모두 서울에 자리 잡고 있다. 공관들이 서울에 계속 남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업무 공백을 줄일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행정수도 옮겨도 공관은 잔류… 브라질은 부지 제공으로 이전 유도
해외 사례를 보면 행정 기능이 새 도시로 이전하더라도 외국 공관의 이전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유인책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된다.미얀마는 2005년 수도를 양곤에서 네피도로 옮겼지만, 외국 대사관 상당수는 경제 중심지인 양곤에 그대로 남았다. 말레이시아 역시 행정 중심 도시인 푸트라자야를 조성했으나, 외국 대사관들은 공식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 계속 자리 잡고 있다.
반면 브라질은 1960년 수도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브라질리아로 옮기면서 외국 정부에 대사관 건립용 부지를 제공했다. 1970년에는 외교공관 이전을 지원하는 전담 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이전을 마치지 않은 공관에 대한 압박에도 나섰다. 외교공관 이전은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돼 1973년경 마무리됐다. 외교공관 이전을 유도하기 위해 제도적 인센티브와 압박책을 동시에 가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상당한 시간과 행정력이 소모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