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청 출범으로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된 가운데, 검사에게 허용된 '사실관계 확인'과 수사의 경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검사가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새로운 진술이나 자료를 확보해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청에 재수사를 요구하더라도, 해당 사실관계 확인이 사실상 검사의 수사라는 판단을 받으면 이후 확보된 증거까지 법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똑같은 질문인데"…사실확인과 수사 경계 어디까지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공소제기나 재수사 요구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 사건관계인의 의견을 듣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절차다.문제는 법이 허용한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과, 검사 권한을 넘어선 수사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사건관계인의 설명을 듣다가 추가 질문을 하거나,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다른 사실을 확인하는 행위가 어느 선부터 수사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기준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법 개정 과정에서도 제기됐다. 법원행정처는 사실관계 확인이 임의수사나 임의제출물 압수와 구별되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법무부도 이 과정에서 얻은 진술·자료의 증거능력이 불명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최종 법안에는 사실관계 확인으로 취득한 진술과 자료를 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명시됐다. 그러나 검사에게 허용된 사실관계 확인이 어느 범위까지 가능한지, 어디서부터 수사로 봐야 하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새 증거 나와도 다시 경찰·중수청으로
이 같은 경계 문제는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기존 수사기록에 없던 새로운 진술이나 자료가 나올 때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검사가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새로운 혐의나 중요한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혐의 입증에 필요한 경우 경찰이나 중수청에 '재수사를 요구'하고, 수사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증거로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건 처리가 늦어지거나 필요한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일선의 우려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검사가 직접 부족한 부분을 수사하지 못하고 다른 수사기관에 요구해야 하는 구조에 대해 "내가 직접 하는 것과 남한테 시키는 것 사이에 시간 낭비가 있다"며 "검사의 요구가 실제 수사 과정에서 누락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기소 여부는 검사가 판단하지만, 그 판단에 필요한 사실과 증거를 직접 확인하고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된 구조다.
이는 현직 검사들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에서도 다뤄졌다.
송연규 검사 등은 검사의 일반 수사권과 송치사건 보완수사의 법적 근거를 없앤 개정 형사소송법이 검사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 판단을 구하고 있다. 이들은 수사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면 검사가 독립적으로 내려야 할 기소 판단도 형식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참고기사 : [단독]기소 책임만 남긴 수사권 폐지…현직 검사, 형소법 권한쟁의)
사실확인 경계 넘으면…후속 증거까지 법정 다툼可
더 큰 문제는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이 이후에 수사였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얻은 진술이나 자료 자체는 물론, 이를 단서로 경찰이나 중수청이 추가 수사를 벌여 새로 확보한 증거에 대해서도 적법성을 둘러싼 다툼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 공소청 출범 전 진행된 시범운영에서도 사실확인 제도의 한계가 드러났다. 대검찰청(현 공소청)이 서울북부지검(현 서울북부지방공소청) 등 4곳에서 공소청 운영모델을 시범 실시한 결과,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중요한 진술이 나오더라도 이를 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어 경찰이 같은 내용을 다시 정식으로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수도권의 한 공소청 관계자는 "법 해석을 섣불리 할 경우 향후 법정에서 증거능력 다툼이 생길 수 있어, 의문이 있는 사안은 그때그때 검토해 검사들에게 처리 기준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