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피싱 전화 '010'으로 둔갑…중계기 밀반입 조직 등 101명 적발

중계기 밀수·운영 조직 101명 적발·16명 구속
해외 피싱 전화 '010'으로…검찰 사칭 범죄에 쓰여
원룸 배수관 막은 유심 조각으로 덜미
경찰, 중계기 400대·유심 5256개 압수

현장에 수십 개의 공유기가 설치된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해외에서 걸려 온 피싱 전화 발신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인 '010'으로 바꿔주는 중계기를 밀수하고 유통,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대거 적발됐다. 부산의 한 원룸 배수구에서 발견된 유심(USIM) 조각이 범죄 조직 검거로 이어졌다.
 
부산경찰청 마약·국제범죄수사대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101명을 적발하고, 이 가운데 러시아 국적 총괄 유통책인 A(20대·남)씨 등 16명을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 일당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해외 인터넷전화 발신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꾸는 중계기를 하드디스크 등으로 위장해 국내에 밀반입한 뒤 원룸 등에 설치해 피싱 사기 조직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를 이용하면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도 국내 휴대전화 번호인 '010'으로 표시돼 수신자가 정상적인 국내 전화로 오인할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조직은 중계기의 수령과 보관, 공급을 관리하는 유통책부터 조직원 모집책, 장비 전달책, 설치·운영책으로 역할을 나눠 체계적으로 범행했다.
 
조직원들은 러시아 구인·구직 게시판을 통해 모집됐으며, 러시아를 포함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러시아계 국적 외국인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특정 장소에 장비를 놔두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을 이용해 점조직 형태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중계기 등 장비를 전달한 후 연락을 주고받은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유심 제공자들은 유심 1개당 6만~12만 원을 받거나 대출을 조건으로 자신의 명의로 유심을 개통해 범죄 조직에 전달했다. 적발된 101명 가운데 84명은 내국인이었다.
 
경찰은 올해 2월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한 원룸 건물 배수구에서 다량의 유심 조각이 발견됐다는 정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 범죄 조직은 사용한 유심을 부숴 하수구 등에 버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해당 유심이 검찰 사칭 피싱 사기에 이용된 사실을 확인한 뒤 현장 조사와 주변 CCTV 분석 등을 통해 중계기 운영책을 특정했다.
 
또 장비 보관 창고 2곳과 조직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중계기와 유심의 전달 경로를 추적해 관련자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중계기 400대와 대포폰 121대, 유심칩 5256개, 라우터 등 기타 장비 848대를 압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조직이 제공한 중계기를 이용한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19명이 15억 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현재까지 검거하지 못한 중국 국적 총책과 밀수책 등 해외 조직원을 계속 추적하는 한편 중계기의 국내 반입 경로 등을 추가로 수사할 방침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발신번호가 '010'으로 표시되더라도 정상적인 국내 전화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면서 "수사기관을 사칭해 송금이나 현금 전달을 요구하면 통화를 중단한 뒤 해당 기관의 공식 연락처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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