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한 번에 읽히고, 끝에는 묵직한 반전이 남는다. 소설가 김진초가 손바닥소설집 '거짓말이 달려온다'를 펴냈다. 올해 3월 수필집 '발자국 창고'를 낸 지 6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책에는 손바닥 한 뼘 정도 분량의 짧은 소설 56편이 8개 장에 나뉘어 실렸다. 우연한 학습으로 거짓말쟁이가 된 강아지, 작은 짐승의 억울한 죽음, 버스를 타고 가버린 휴대전화, 전철 안에서 벌어진 시비와 반전 등 일상에서 건져 올린 '거짓말 같은 현실'이 이어진다.
등장인물과 소재도 폭넓다. 강아지와 쥐, 쌀벌레부터 바자우족, 대중음악 가수 김태원과 화가 고흐, 화장실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교실에 엎드려 자는 여고생까지 크고 작은 존재들이 짧은 서사의 중심에 선다.
작가는 현실과 거짓말의 경계가 생각보다 쉽게 뒤집힐 수 있다고 본다.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는 것은 익숙한 현실이지만, 올챙이가 죽은 뱀을 뜯어먹는 장면은 거짓말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건이 바뀌면 거짓말 같은 장면도 현실이 된다.
형식 역시 지금의 독서 환경을 의식했다. 버스를 기다리거나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자투리 시간에 잠깐 펼쳐 단숨에 읽을 수 있도록 짧고 압축된 이야기를 택했다.
짧은 분량 안에 웃음과 불안, 상처와 반전을 밀도 있게 담아내며, 빠르게 소비되는 이야기의 시대에 '짧지만 오래 남는 소설'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김진초 지음 | 미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백세희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사랑했던 세 사람이 함께 쓴 에세이 '버터밀크웨이'가 출간됐다.
책은 7년을 함께한 연인 김강토, 어린 시절부터 곁을 지킨 친구 이수현, 동생 백다희가 상실 이후 1년 동안 써 내려간 기록이다. 장례가 끝난 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애도해야 할지 몰랐던 세 사람은 한 달에 한 번 만나 각자 쓴 글을 서로에게 읽어줬고, 그렇게 쌓인 글이 백세희 작가의 1주기에 맞춰 한 권이 됐다.
제목 '버터밀크웨이'는 백다희의 글에서 왔다. 함께 살았던 세계를 우유에, 죽음을 그 우유를 흔든 손에 빗댄다. 흔들린 우유가 버터와 버터밀크로 갈라지듯 남겨진 사람은 이전과 다른 존재가 되고, 떠난 사람이 없는 세계 역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다.
세 사람의 애도 방식은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달리며 버티고, 누군가는 음식을 만들고, 누군가는 고인이 남긴 강아지와 하루를 보낸다. 같은 사람을 사랑했지만 기억하는 모습도, 슬픔을 견디는 방법도 다르다는 사실이 세 개의 목소리로 교차한다.
책은 상실을 '극복'하거나 '회복'하는 이야기로 정리하지 않는다. 슬픔이 사라지지 않아도 웃는 날이 생기고, 완전히 행복하지 않아도 작은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시간을 그대로 남긴다.
백다희는 편집에, 이수현은 일러스트에, 김강토는 음악에 직접 참여했다. 책 말미의 QR코드로 김강토가 백세희에게 보내는 노래 '비체(非體)'도 들을 수 있다.
김강토·이수현·백다희 지음 | 부기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