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조희대 탄핵' 주저하는 이유 세 가지

① 기각 땐 역풍…임기·대법관 공백 등 실익 의문
② 혁신당·강경파 압박에 주도권 고민
③ 대통령 '중도 확장' 구상과 엇박자 우려

조희대 대법원장.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 논의를 공식화했지만 실제 추진을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조국혁신당이 탄핵소추안을 공개하고 당내 강경파도 동참을 요구하지만 지도부는 신중한 태도다. 탄핵 추진에 따른 여론 역풍과 실익을 신중히 따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당 안팎의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이 주저하는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꼽힌다.

기각 땐 역풍…탄핵 추진 실익 있나

우선 탄핵으로 얻을 실익보다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다. 탄핵 추진 과정에서 여당과 사법부의 정면충돌이 부각될 수 있고, 국회에서 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문턱에서 기각되면 무리한 탄핵을 추진했다는 여론의 역풍을 민주당이 오롯이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다.

조 대법원장의 정년퇴임이 내년 6월로 다가온 점도 고려할 요소다. 남은 재임 기간이 8개월가량인 상황에서 탄핵소추와 헌재 심판에 드는 시간, 그 과정에서 불거질 정치적 갈등까지 고려하면 탄핵의 실효성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탄핵소추안 가결로 조 대법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뒤 대법관 인선이 더 지연될 경우, 사법 공백 장기화의 책임이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으로 옮겨올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법원 개혁의 계기가 된다면 몰라도 현재는 실익이 없다"며 "사법부 내부의 변화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대립 구도만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반발심만으로 추진했다가 기각되면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

혁신당·강경파 압박…주도권 고민도

조국혁신당 신장식 대표가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사법개혁을 위한 공동행동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혁신당과 당내 강경파의 압박 속에서 탄핵 논의의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지도부의 고민이다. 동참하면 외부 요구에 끌려간다는 평가를, 거리를 두면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혁신당은 지난 19일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공개한 데 이어 20일 공동 TF(태스크포스) 구성과 5개 정당 공동 의원총회를 제안했다. 신장식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특히 민주당에 말뿐만이 아닌 행동을 촉구한다"며 김건희씨의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31일 전에 본회의를 열어 탄핵소추안을 의결하자고 요구했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도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으로서는 혁신당의 요구와 당내 강경론을 외면하기 어렵지만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여당으로서 탄핵의 파장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 탄핵 여부뿐 아니라 논의 시점과 추진 방식도 당이 결정해야 한다는 기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혁신당과 우리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외부 요구에 끌려가듯 무작정 나서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중도 확장' 구상…당청 엇박자 우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지지 기반을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으로 확장하려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구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자리한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호응하는 것이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될지는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진보·개혁 진영의 결집만으로는 중도·합리적 보수가 이탈해 재집권이 불가능해진다"며 "중도층까지 동의할 수 있는 '구조적 다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핵 추진이 사법부 길들이기로 비치면 외연 확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친명계 의원은 "대통령도 합리적 중도·보수층을 우리 지지층으로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 아닌가"라며 "국회가 사법부를 압박하는 모습은 절제해야 한다. 공세 차원일 뿐 실제 탄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지도부 신중론은 조 대법원장 태도나 김건희씨 석방 여부 등에 따라 바뀔 가능성도 있다. 당내에선 국정조사를 통해 먼저 여론을 형성하고 탄핵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지도부 관계자는 "사법 개혁은 일방적 압박만으로 되지 않는다"며 "실익과 부담을 따져 대응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