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북한군 지뢰폭발 사고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이 북한에 실질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이 북측 반응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장은 지난 19일 군사분계선(MDL) 침범에 대응한 우리 군의 경고사격 등의 조치를 비난하며 '전술적 타격 수단들'의 증강 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우리는 주권 수호를 말로 하지 않는다'란 제목의 담화에서 "8월 1일부터 10월 17일 현재까지 감행된 (남측의) 확성기 경고방송 도발은 무려 2870차, 경고사격은 201차에 이르렀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적들의 이러한 갈갬질은 '지뢰폭발 자작극'을 조작한 이후 더욱 노골화되면서 도를 넘고 있다"면서 "선제적이며 제압적인 조치로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전술적 타격 수단들을 전 남부 국경선 부근에 증강 배치하는 문제와 대한국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갈갬질'은 '몹시 사납게 굴거나 설치며 행동하는 짓'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북한말로, 북한의 의도적 부풀리기를 감안하더라도 우리 군이 강력 대응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김여정 담화는 "경고방송 도발이 잦은 곳은 한국군 육군 2군단 7, 15보병사단과 3군단 21, 22보병사단 지역의 초소들이고 경고사격 도발이 우심하게 감행되고 있는 곳은 3군단 21보병사단 비무장지대 278헌병초소"라며 "10월 1일부터 17일까지의 기간에만도 확성기 경고방송 도발은 998차, 경고사격은 91차에 달하였다"고 구체적 숫자까지 나열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주장에 대해 정확하진 않지만 대체로 비슷하다고 밝혔다. 군 당국자는 "주목할 것은 북한군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일일이) 세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각에선 이게(경고사격 등) 효과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데, 이번 담화를 보면 (북측은) 영향이 있음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지휘관 입장에서 상대측에서 경고방송이나 경고사격을 하는데 대응을 안 하는 것은 부하들로부터 불만이 나올 수 있는 요소"라며 군의 현재 작전수행절차에 따른 일관된 대응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일 문제의 북한군 지뢰지대를 전격 제거한 작전 수행 후 "DMZ에서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 단호한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등은 이번 사태 초기부터 "비겁하고 한심한 늑장대응"(박성훈 수석대변인)이라는 등 군의 유화적 태도를 비판했지만, 북측 반응으로 볼 때 사실과 크게 다른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김여정의 9일 담화가 남측에 대한 '무시' 기조에서 19일 담화는 '군사적 대응 검토'로 전환한 점을 들어 "북한이 MDL(군사분계선) 상황을 부담스럼게 본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20일 입장문에서 "앞으로도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에 대해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대응할 것이며, 북한이 우리의 정당한 조치를 빌미로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단호히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북측이 억지 주장과 군사분계선 침범을 중단하고, 군사분계선에 대한 상호 인식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며 MDL 기준선 설정을 위한 군사회담 개최를 재차 제의했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중부전선 군단 사령부를 방문해 "만약 적이 우리 군의 정당한 조치를 빌미로 추가 도발을 감행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하고 DMZ 주도권 강화 작전도 강조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모든 수단을 배제하지 않고 대응할 것"이라고 했고, 대북 심리전 재개도 대응 수단에 포함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북한이 만약 확성기 방송을 한다면 비례적 대응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