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상징이자 마운드의 든든한 맏형 양현종이 팀의 운명이 걸렸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개인의 욕심을 내려놓았던 감동적인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양현종은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의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 3차전을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나 치열했던 가을야구 뒷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날 대화의 화두는 지난 12일 정규시즌 3위를 확정 지었던 LG와의 최종전 등판이었다. 팀을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벼랑 끝에서 구해내 준PO 직행을 이끈 그 경기에서, 양현종은 평소와 다른 이례적인 선택을 내렸다고 전했다.
양현종은 "솔직히 한국시리즈 무대보다 더 큰 중압감을 느꼈다. 지면 끝이라는 생각에 부담이 엄청났다"며 "구속과 상관없이 매 공마다 온 힘을 쥐어짜 던졌다. 보통 5회를 던지면 6회에도 더 나가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는 편인데, 그날만큼은 내가 먼저 코치님을 찾아가 교체를 요청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당시 코칭스태프에게 "구위가 더 빼어난 불펜 투수가 올라가는 게 팀에 이롭다. 5회까지 모든 힘을 다 쏟아부어 더는 던질 여력이 없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팀 승리를 위해 이닝 욕심을 과감히 내려놓은 베테랑의 진심 어린 고백이었다.
양현종은 "경기가 끝난 뒤 식사 자리에서 코치님이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씀하시더라. 베테랑으로서 팀을 위해 결단을 내려줘 고맙다는 격려를 받았다"며 "올 시즌을 통틀어 팀에 가장 헌신하고 보탬이 됐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경기가 바로 그 144번째 경기였다"고 힘주어 말했다.
후배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대견함이 가득했다. 양현종은 "한 명의 야구 팬 시선으로 봐도 후배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어 소름이 돋을 정도"라며 "시즌 전 우리를 향한 저평가가 많았지만, 실력으로 편견을 당당히 깨뜨렸다. 단단한 원팀으로 뭉쳐 여기까지 온 만큼 후배들이 스스로를 믿고 가을야구를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한편, 안방 광주에서 1, 2차전을 싹쓸이한 KIA는 이날 3차전까지 잡아내며 PO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4선발로 대기 중이던 양현종은 마운드에 오르지 않고 힘을 비축할 수 있게 됐다.
PO에 올랐으나 베테랑은 겸손을 유지했다. 섣부른 방심이야말로 가장 큰 적이라는 판단이다. 양현종은 "선수들끼리도 다음 단계를 미리 입에 올리는 것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 김칫국을 마시는 일은 결코 없다"며 "오늘 경기에만 오롯이 집중하고, 오늘 이기면 그 다음 첫 판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방식이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눈앞의 승부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