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국가직, 월급은 지방 몫…갈수록 태산인 소방 재정

소방관 국가직 전환 6년 지났는데…소방 예산에 국가 지원은 10% 겨우 넘어
정부 지원 갈수록 줄어…소방 지원 재원인 소방안전교부세도 감소세 우려
국비 지원 무작정 늘리기엔 법·제도 걸림돌…정부·여당 대책 마련 고심

연합뉴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재정 빨대' 발언으로 불거진 소방재정의 지방 의존도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추 지사의 발언 수위와는 별개로,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6년이 지나도 소방재정의 지방 의존도가 여전히 과도하게 높은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소방관은 국가직, 재정 책임은 지방…소방예산 국비 지원 겨우 10.7%

박찬대 인천광역시장 겸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 소방관이 국가직으로 전환됐는데, 재정 책임은 지방에 그대로 남았다"고 하소연했다.

박 협의회장은 "올해 지방 소방 예산이 약 8조 6천억 원인데, 국가 지원은 9천억 원 정도로 10%를 겨우 넘는 수준"이라며 "국가 주도로 현장 인력이 2만 명 충원됐는데, 이에 대한 인건비 중 국가는 5천억 원을 지원하고, 지방은 추가로 매년 약 7600억 원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전국 소방예산 8조 5967억 원 가운데 국비는 9238억 원으로 10.7%에 그쳤다. 나머지 7조 6728억 원(89.3%)은 지방비로 충당했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2020년 이후에도 재정 부담은 여전히 지방에 있는 형편인 것이다.

앞서 소방공무원은 2020년 4월 지역별 소방서비스와 처우 격차를 줄이고 대형 재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소방공무원 수도 2017년 4만 8042명에서 2024년 6만 6802명으로 늘었다.

이처럼 소방공무원이 급증하면서 덩달아 늘어난 인건비에 지방의 부담도 커졌다. 올해 시·도 소방공무원 인건비 예산은 6조 5129억 원으로, 이 가운데 국비 지원은 5496억 원(8.4%)에 그쳤다. 나머지 5조 9633억 원은 시·도가 부담한다.

지난해에도 전체 소방공무원 인건비 예산 6조 3632억 원 가운데 국비로 지원한 금액은 5476억 원(8.6%)에 불과했는데, 사정이 더 나빠졌다.

소방예산에 투입되는 국비 비중은 국가직 전환 이후 계속 감소세를 달리고 있다.

2021년에는 전체 소방예산 6조 6893억 원 가운데 국비가 9947억 원으로 14.9%를 차지했지만, 이후 감소해 지난해 10.7%까지 떨어졌다. 2020년 국가직 전환 당시 5조 7645억 원 수준이었던 소방예산은 올해 8조 5967억 원으로 늘었지만, 예산 증가분을 지방비가 대부분 감당하는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인건비도 빠듯한데 교부세까지 급감…지방 부담 갈수록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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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제출한 202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소방안전교부세는 7605억 원으로 올해 1조 502억 원보다 2897억 원(27.6%) 감소한다.

'소방안전교부세'는 소방공무원 인건비와 소방·안전시설 확충 등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내는 재원인데, 올해와 비교해 5분의 1이 뚝 떨어져나가는 것이다.

소방재정의 지방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교부세까지 줄어들면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앙 정부에 비해 세입 여건이 불안정하고 재정 여력이 부족한 지자체로서는 고정된 인건비를 감당하고 나면 노후 소방장비 교체와 소방시설 확충, 교육·훈련 등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이처럼 중앙정부의 지원이 감소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정부는 담배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의 45%를 소방안전교부세로 지자체에 지원하는데, 최근 갈수록 담배 소비가 감소하면서 교부세도 덩달아 줄고 있다. 소방관들의 월급 봉투을 지킬 안정된 재원이 없으니 담배 소비량에 좌우되는 셈이다.

담배세에서 소방안전교부세로 떼가는 비율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 담배 개별소비세의 나머지 55%는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로 사용되기 때문에, 소방관들의 인건비를 높이려면 필수의료에 쓰일 돈이 줄게 된다. 관련 부처와의 협의는 둘째 치고, 지방교부세법 등 관련 법들도 줄줄이 개정해야 한다.

안정적 재원 마련하려면 조직·제도 정비부터…대책 마련 나선 정부·여당

담배 개별소비세 외에 새로운 소방재원을 마련해 국비 지원을 마냥 확대하기에도 걸림돌이 있다. 국가직 전환에도 소방재정과 조직 운영은 여전히 지방 중심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은 '지역의 화재 예방과 경계·진압·조사, 구조·구급'을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도지사가 소방공무원 임용권 일부와 소방활동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고, 시·도 소방본부도 시·도지사 직속으로 운영된다.

지방재정법상 자치사무에 필요한 경비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처럼 소방청의 권한과 지자체의 인사·지휘 권한이 나뉘어 있는 조직 구조를 정리하지 않으면 꼬여있는 재정 문제를 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매듭이 꼬였다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종 복지 수당 등 고정 지출은 늘어나고, 지자체의 재정 여건은 나빠지는데, 국비 지원 전망도 밝지 않으니 소방 예산 부족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와 여당도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경기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를 애도하면서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에 전향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정부,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나라를 만드는 데 국정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방관의 안전한 근무 환경을 위한 예산과 지원을 보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당은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소방관의 처우 개선과 지역 간 소방 서비스 격차 해소를 위한 입법·예산 대책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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