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글씨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친일파 글씨 셀프 출품' 논란 휩싸였던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유 관장 "모든 비판 전적으로 저의 책임…실추된 박물관 명예 위해 제가 물러나야"
국중박, 친일파 글씨를 애국지사 글씨로 전시했다 논란 불거져
유 관장 개인 소장품 출품한 사실도 뒤늦게 들통나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연합뉴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불거진 개인 소장 유묵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의 전시 출품 관련 모든 논란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유 관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보내주신 깊은 신뢰와 우리 박물관 직원들이 쌓아 올린 가치가 저의 개인적인 실수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그간의 모든 비판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실추된 박물관의 명예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제가 관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립중앙박물관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애국지사 유묵으로 소개된 '일반시국은'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일반시국은' 유묵은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때 가장 먼저 승병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영규대사가 말한 구호로 알려졌다.

박물관은 해당 유묵을 충북 보은 출신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의 글씨라고 소개했고, 유족이 전시실에서 오열하는 사진도 공개했다. 하지만 개막 한 달여 만에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글씨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박물관이 작품을 철거하고 재조사에 착수한 결과 박중양의 글씨로 최종 결론 내렸다. 박중양은 일제강점기 당시 중추원 참의, 일본제국의회 귀족원 칙선의원 등을 지냈고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의 이른바 '수양아들'로 알려진 인물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인 소장품 전시를 둘러싼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물관과 유 관장은 전시품 검증에 부실한 측면이 있었다고 사과했지만, 네 차례에 걸친 해명·사과 과정에서도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했다는 사실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가 이 역시 뒤늦게 드러났다.

유 관장은 2019년 온라인 경매를 통해 해당 유묵을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경매에서 이 유묵은 시작가 1만 원에 출품돼 5만 원에 최종 낙찰됐다. 이로 인해 정치권 등에서 '셀프 추천·셀프 감정·셀프 전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유 관장은 "이번 일로 인해 실망하고 상처받으신 국민 여러분과 애국지사 유족 분들, 그리고 박물관 직원 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박물관 연구직들이 오랜 시간 성심을 다해 준비한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의 의의가 이 일로 인해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록 1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키는 영예로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자 영광이었다"며 "박물관의 성장을 위해 밤낮으로 함께 일해 온 박물관 직원 여러분들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또 "비록 저는 떠나지만, 대한민국 역사와 문화의 심장인 국립중앙박물관이 앞으로도 더욱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변함없는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십사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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