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가 재정난에 대형 건설사업의 속도 조절에 나서는 한편, 쓰레기봉투와 체육시설 이용료 등 공공요금 인상도 검토 과제로 올렸다.
공사 일정을 늦추고 신규 사업을 미루는 방식으로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체납 징수와 공유재산 매각, 각종 사용료 현실화로 세입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사업 지연에 따른 공사비 상승 가능성이 있는 데다 공공요금 인상은 시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실질적인 재정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업 104개 A~E 등급…필수 사업 위주 추진
21일 전주시 재정혁신특별위원회가 시의회에 제출한 추진사항 보고서에 따르면, 특위는 전주시 투자사업 104개를 재검토하고, 사업별로 A~E 등급을 매겨 추진 방향을 제안했다. A등급은 계속 추진, B등급은 사업 규모·재원·시기 조정, C등급은 일시 중단 후 재개 검토, D등급은 착수 연기, E등급은 사업 폐지를 뜻한다.현재 가용 재원으로는 모든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은 법적·의무적 사업과 공정률이 높거나 잔여 사업비가 적은 사업을 우선 추진하되, 공사 기간을 늘리고 연도별 투자액을 분산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아직 착공하지 않은 사업은 필수 사업 위주로 추진하고 나머지는 대체로 미루거나 중단하는 방향이다.
컨벤션센터·경기장 공사 속도 조절…착공 전 사업은 중단도
대표적인 조정 대상은 전주컨벤션센터와 육상경기장·야구장 건립 사업이다.총사업비 3723억 원 규모의 전주컨벤션센터는 공정률이 2%에 그쳤고, 앞으로 전주시가 부담해야 할 사업비도 148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위는 사업협약 변경을 서두르고 전북특별자치도와 운영·유지관리 비용 분담 방안을 조율할 것을 제안했다. 연간 운영비가 약 7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립비뿐 아니라 준공 이후 재정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총사업비 1421억 원인 육상경기장·야구장 건립 사업은 공정률이 65%로, 남은 전주시 부담액은 342억 원이다. 특위는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사 기간을 연장해 연도별 투자 계획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공사 지연이 곧바로 재정 절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위는 최근 5년간 평균 건설공사비 지수 상승률을 바탕으로 공사 기간이 1년 늘어날 경우 잔여 사업비가 약 6% 증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당장의 지출을 줄이더라도 사업비가 불어나 중장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착공 전 사업은 더 강하게 손질하도록 했다. 총사업비 214억 원이 필요한 백제대로 지하차도 개설과 전주천·삼천 통합문화공간 조성, 전주 스포츠밸류센터 등은 사업비 부담 등을 이유로 중단이 제안됐다. 공공 치매전담형 요양시설은 기존 시설 활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착수를 미루는 방안이 제시됐다.
쓰레기봉투값·체육시설 이용료 올리나
지출 조정과 함께 세입을 늘리는 방안도 보고서에 담겼다. 고액·상습 체납액 징수를 강화하고 누락된 세원을 발굴하는 한편, 중앙정부에 지방교부세 배분 기준 개선을 요구하자는 것이다. 활용도가 낮은 공유재산은 수요와 자산 가치를 따져 매각하거나 교환하고, 확보한 재원은 채무 상환과 미래 재정 부담 완화에 우선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됐다.시민들이 직접 부담하는 공공요금도 검토 대상이다. 특위는 쓰레기봉투와 체육시설 이용료, 봉안시설 사용료, 상·하수도 요금 등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리터 쓰레기봉투 가격은 460원으로 주민 부담률이 16.5%에 그치고, 수영장 1회 이용료는 3천 원으로 운영비 회수율이 53% 수준이다. 2007년 이후 동결된 봉안시설 사용료도 조정 검토 대상으로 꼽혔다.
산하 출연기관의 기능과 운영 방식도 조정 대상으로 올랐다. 2023년 이후 운영비는 10.6%, 사업비는 17.8% 줄어 추가적인 단순 예산 삭감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위는 유사·중복 기능을 조정하고 기관별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전북테크노파크, 전주농생명연구원과 전북바이오융합산업진흥원 사이의 기능 조정과 통폐합을 검토하도록 했다. 전주푸드통합지원센터는 직매장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농협·완주푸드 등과의 관계를 고려해 공공급식 중심으로 기능을 재편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다만 공공요금 인상과 출연기관 통폐합은 모두 검토 과제다. 실제 추진을 위해서는 시민 부담과 기관별 역할, 운영 효율성 등을 따져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요금 인상도 실제 조정 과정에서는 시민 부담과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야 한다.
내년 세입·세출 격차 267억 원…실행 가능성이 관건
전주시의 재정 여건은 녹록지 않다. 보고서는 2027년 일반회계 세입을 2조 4443억 원, 세출을 2조 4710억 원으로 전망해 약 267억 원의 부족분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리채무비율도 2026년 22.53%에서 2027년 22.84%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문제는 재정 개선 방안이 실제로 얼마나 실현될 수 있느냐다. 전북특별자치도 출연기관과의 통폐합이나 대형 사업의 비용 분담은 전주시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도 역시 자체 재정 사정과 다른 시·군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전주시의 요구가 실제 협의와 예산 반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공공요금 인상과 산하 기관의 기능 조정 역시 시민과 기관 종사자들의 이해가 걸린 문제다. 재정난을 이유로 비용 절감 방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대책의 실현 가능성과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전주시 관계자는 "재정특위의 주요 활동과 분야별 추진사항을 의회에 보고한 뒤 의견을 수렴 반영해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시의회 논의에서 사업 조정의 기준과 세입 확충 방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어떤 보완 요구가 나올지도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