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성형외과, 환자 연쇄사망한 이유가…

"병원서 폐기대상 마취제 재사용한적 있다" 법정증언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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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49)씨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예뻐져 돌아오겠다던 아내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지도 햇수로 3년 째를 맞았지만,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9월 9일, 한 20대 여성이 부산 모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뒤 사흘 만에 숨졌다. 나흘 뒤인 16일, 이 씨의 부인도 수술대에 올랐다가 수술 부위가 감염돼 패혈증으로 결국 사망했다.

이 씨의 부인이 수술 받기 하루 전날에는 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을 했던 한 50대 여성이 패혈증 증세를 보였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가까스로 살아났다.

이른바 ''부산 성형외과 연쇄 사망사고''.

경찰과 검찰이 수사하는데만 1년하고도 8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성형외과 원장 A씨를 상대로 한 재판(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은 2012년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 마취제 재사용 증언, 사건 푸는 실마리 될까

피해자 2명이 합의금을 받고 소송을 포기한 뒤부터 혼자서 지리한 싸움을 이어가던 이 씨는 지난 19일 열린 공판에서 귀가 번쩍 띄었다.

당시 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조무사 B씨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두해, "병원에서 사용했던 마취제(프로포폴)를 냉동고에 넣어두고 재사용한 적이 있다"는 증언을 한 것이다. 이 씨에 따르면 B씨는 "병원 실장으로부터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는 증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단백질로 구성된 프로포폴은 외부에 노출될 경우 병원균에 감염되기 쉬워 사용 후 남은 것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게다가 검찰 조사결과 프로포폴을 저장하던 냉동고는 일 년에 한 두 번 청소를 할 정도로 위생 상태가 불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경찰과 검찰은 피해자들이 같은 세균에 감염됐다는 점 등을 토대로 감염이 문제의 성형외과에서 시작됐다는 정황은 잡았지만, 정확한 감염경로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프로포폴 재사용 증언이 나오면서 오염된 마취제 사용이 연쇄 사망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성형외과 의사 A씨 측 담당 변호사는 "(재사용 사실이 있다는 말만 했을 뿐) 숨진 환자에게 마취제를 재사용했다는 증언은 하지 않았다"며 "당시 의사는 마취제 재사용과 관련해 간호조무사들에게 어떠한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씨는 "병원에 고용된 처지인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지시없이 자체적으로 마취제를 재사용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반발했다.

법정에서 프로포폴 재사용 증언이 나오면서 사건의 단서가 조금씩 풀리는 가운데, 다음달 7일 열리는 공판에서 병원관계자들이 추가로 증언을 할 예정이어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중소 병의원서 의료사망 나와도 보건당국 개입 근거 없어

한편, 이 씨는 "첫 사망자가 발생한 뒤 곧바로 조치가 있었다면 아내가 사망하는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 씨의 부인은 2009년 9월 16일 오전 10시 45분에 지방흡입수술을 받았다. 이 때는 이미 나흘 전 사망자가 한 명 나왔고, 전날 수술을 받았던 50대 환자도 병원에 전화를 걸어 이상증세를 호소한 시점이었다.

이 씨는 "의사는 (이미 다른 환자에게 문제가 생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면 수술해서는 안되는게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

문제가 생긴 사실을 알았던 의사가 영업을 중단하거나, 첫번째 사망자가 나온 뒤 보건당국이 즉각 조치를 취했다면 추가 사망은 피할 수 있었지 않았냐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식중독이 발생하면 즉시 개입해 해당업소를 폐쇄하고 가검물과 조리도구 등을 압수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는 병의원에서 의료사고가 나도 보건당국이 나서서 조사하거나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없다.

현행 의료법은 3백 병상 이상의 대형병원만을 감염관리 대상으로 하고 있고, 중소 병의원은 아예 빠져있는데다 처벌조항도 없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100병상 이상 중소병원의 감염관리를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내놨는데, 이마저도 최근 200병상 이상으로 완화하는 안을 추진할 정도로 의료계의 반발은 드세다.

수술실을 갖춘 병의원에서 감염사고가 발생하면 식중독의 경우처럼 보건당국이 선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장치가 시급하지만, 정부가 눈치만 보는 사이 제2, 제3의 피해자가 언제고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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