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증거 조작' 주장 법원은 불인정…검찰, 일단 판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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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배임죄' 논리 뿌리째 흔든 정영학 의견서
"평당가 1500만원 예상했다" 기존 진술 뒤집어
압박·조작으로 "허위 진술"…민주, 檢 향해 공세
法 "평당가 1500만원 예상했단 기존 진술 맞아"
검찰 '증거 조작' 의혹도 일축…상급심 판단은?

연합뉴스연합뉴스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1심 재판이 4년간 진행되는 과정에서 검찰을 향한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아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취지였다. 1심 선고를 7개월여 앞두고 제출된 정영학 회계사의 의견서는 그러한 여론에 힘을 실었다.

정 회계사 측은 배임 혐의의 근거가 된 '예상 분양가'에 관한 진술이 검찰의 압박과 조작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은 수사팀 검사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나섰다. 하지만 법원은 정 회계사의 기존 검찰 진술이 더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다.

1심 선고 7개월여 앞두고 바뀐 정영학 진술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회계사는 지난 3월 자신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의견서는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의 논리를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모습.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모습.
검찰은 정 회계사 등 민간업자들이 지난 2015년 대장동 개발에 참여하기 위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개발 대상 택지의 예상 분양가격을 실제 분석치보다 낮게 적은 것으로 의심했다.

당시 민간업자들이 분석한 예상 평당 가격은 1500만원이었다. 이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성남도시개발공사보다 민간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간업자들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이 동등하게 절반씩 이익을 가져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평당 가격을 1400만원으로 축소 기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분양 이후 평당 가격은 1400만원보다 높은 금액을 기록해 민간업자들은 초과 이익을 가져가고, 그만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피해를 당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 사실이다.

검찰의 판단은 정 회계사의 진술을 기초로 했다. 정 회계사는 검찰 조사에서 "평당 1500만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으나 공공의 이익이 많은 것처럼 모양새를 꾸미기 위해 평당 1400만원으로 사업 제안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대장동=배임' 뒤흔든 의견서…검찰 향한 공세 빌미

정영학 회계사. 연합뉴스정영학 회계사. 연합뉴스
그런데 정 회계사는 재판 중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 같은 진술을 뒤집었다.

정 회계사 측은 처음부터 평당 가격을 1400만원으로 분석했다는 주장을 새롭게 내놨다. 자신이 사업성을 분석하면서 만든 엑셀 파일에는 평당 가격이 1400만원으로 돼 있지만, 누군가가 1500만원으로 고친 것 같다며 검찰에 의한 증거 조작 의혹까지 제기했다.

검찰은 그러한 조작된 증거를 전제로 질문을 했고, 결국 자신이 착오를 일으켜 잘못 진술하게 됐다는 게 정 회계사 측 주장이었다.

이러한 의견서가 공개되면서 정치권은 즉각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는 지난 6월 대장동 사건의 담당 검사를 증거 위·변조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당 법률위는 "검찰이 조작된 수사로 있지도 않은 범죄를 만들어냈다"며 검찰개혁의 의지를 드러냈다. 1심 선고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24일에는 '공수처가 수사를 시작하지 않는다'며 담당 검사를 다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 회계사의 기존 검찰 진술이 더 믿을 만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정 회계사가 평당 분양가 분석을 위해 참고한 근거에 주목했다. 정 회계사는 검찰 조사에서 위례 지구의 사례를 참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면 정 회계사가 처음 예상한 대장동 택지의 평당 분양가는 1500만원에 가깝고, 이는 사업계획서에 실제로 작성한 1400만원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조작 아니고 정영학 스스로 시인"…검찰, 일단 판정승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의 모습.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의 모습.
법원은 조작된 증거에 의한 허위 진술 가능성도 일축했다.

재판부는 "정 회계사는 시뮬레이션 파일 출력본(엑셀 파일)에 대해 자기가 작성한 원본이라 생각하고 착오 진술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아무리 봐도 검사가 정 회계사의 작성을 전제로 물어본 것 같지 않고, 정 회계사는 출력물이 나오기 전부터 (평당 분양가가) 1500만원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정 회계사가 평당 분양가를 낮춰 기재하게 됐음을 시인하게 된 경위도 근거로 들었다.

정 회계사는 초기에 관련 자료가 담긴 USB를 검찰에 제출하고 자진해 출석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취했고, 이때는 자신이 실무자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던 중 자신이 추천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채용된 A씨 관련 조사가 이뤄지자 태도를 바꿨다는 게 법원 설명이다. 당시 A씨는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채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정 회계사는 A씨 관련 조사 과정에서 비로소 일부 가담 사실을 인정했다"며 "평당 분양가와 관련해선 (초기 진술을) 믿을 만하다고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 정 회계사 측은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작성에 관여하지 않았다", "민간업자들이 수용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등의 주장을 통해 기존 검찰 진술을 부인했다.

반면 재판부는 "정 회계사는 공모지침서 작성 과정 전반에 관여하는 등 적극 가담했다"라며 "정 회계사 등 민간업자들은 2014년 4월부터 대장동 사업이 수용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회계사는 재판 중반부터 돌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선서 후 증언한 내용까지 바꿔가면서 변명으로 일관하며 배임 범행을 부인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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